법원이 봉급에서 가압류 상태인 금액을 제외한 액수가 일정 생계비 이상이 되지 않아도 개인회생 제도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좀 더 많은 채무자들이 개인회생의 혜택을 볼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작년 9월23일부터 개인회생제도가 시행된 지 1년 만에 2만여명이 이 제도를 통해 구제받았고 개인파산신청도 꾸준히 증가하는 등 두 제도가 정착 단계에 들어서고 있지만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신용불량자 등이 많다는 판단에서다. ◆개인회생 개인파산 동반 급증 작년 9월부터 올 8월까지 개인회생 신청건수는 총 3만8828건이었다. 이 중 2만433명이 개인회생 개시결정을 받았고 8987명에 대해서는 변제계획 인가까지 났다. 개인회생 개시결정이 이뤄지면 대부분 변제계획 인가까지 받는다는 점에서 1년 새 2만명이 넘는 채무자가 개인회생 덕에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빚더미에서 벗어났다고 볼 수 있다. 개인회생제 외에 채무를 완전히 탕감해주는 개인파산 신청건수는 2000년 329건, 2001년 672건, 2002년 1335건, 2003년 3856건, 2004년 1만2373건으로 최근 크게 늘어났다. 올 들어서는 8월까지 2만71명이 신청해 작년 수준을 훌쩍 뛰어넘었다. ◆그래도 아직 멀었다 하지만 당초 법원이 개인회생제의 경우 월 1만건가량의 신청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고 신용회복위원회가 운영하는 개인 워크아웃에 월 1만5000∼2만명이 신청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 제도가 본격 정착됐다고 보긴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이에 따라 법원은 통합도산법을 마련하면서 개인회생이나 개인파산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는 요소를 상당 부분 제거했다. 내년 4월부터 시행되는 이 법에는 우선 봉급에서 가압류 상태인 금액을 제외한 액수가 법원이 정하는 일정 생계비 이상이 되지 않는 사람도 개인회생 제도를 이용할 수 있게 했다. 또 개인회생을 신청했다가 법원으로부터 기각이나 폐지 결정을 받은 지 5년이 안 되었다고 해도 개인회생 제도를 다시 이용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개인 파산신청을 통해 법원으로부터 면책을 받은 지 5년이 지난 사람이 재무상태가 악화될 경우 다시 개인회생을 신청할 수 있게 된다. 현재는 10년이 지나야 개인회생절차를 이용할 수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아직은 시행 초기여서 좀더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겠지만 제도정착을 위한 이 외에도 다양한 보완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인회생 개인파산 백태 이날 서울중앙지법을 거쳐간 개인파산 신청 중 최고액은 채무자 A씨의 120억원짜리 파산이었다. 식품회사 공장장으로 일했던 A씨는 회사 운영에 필요하다며 대출에 연대보증을 서달라는 대표이사의 부탁을 들어주었다가 외환위기 시절 회사가 도산해 고스란히 회사 채무를 떠안게 됐다. A씨는 집마저 경매당했지만 120억원이라는 거액의 채무가 떨어지자 결국 법원을 찾아 파산신청을 했다. 아버지의 사업실패와 연이은 태풍 재해로 온가족이 '동반 파산'을 한 경우도 있었다. 또한 '카드 돌려막기'나 '카드깡' 등의 면책불허 사유가 있었지만 '상황 참작'을 받아 면책을 받기도 했다. 정인설·김현예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