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만 잘 서면 성공하던 시절이 있었다. 인격이란 단어는 마치 '성공'의 걸림돌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이젠 개인이나 기업,국가도 깨끗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세상이 됐다. '묘수 세 번에 바둑 망한다'는 말처럼 번뜩이는 천재성만으론 통하지 않는다. 이젠 사람들의 마음을 '깨끗하고 고결한 인격'으로 움직여야 한다. 누구나 어려움에 처할 때 매달리는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란 경구는 바로 스마일즈가 갈파한 지혜이다. '자조론(Self-Help)'에 이은 '인격론'(새무얼 스마일즈 지음,정준희 옮김,21세기북스)은 인생의 성패와 인격이 어떤 관계인지,인격은 어떤 것들로 구성되며,인격을 키우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다루고 있다. 비록 19세기에 출간된 책이지만 세월을 뛰어넘는 고전이다. 개혁주의자로서 정치 개혁을 위해 힘을 쏟았으나 실패를 맛봐야 했던 스마일즈는 이후 개인 개혁으로 마음을 돌려 '자조(自助)'의 정신에 국가와 조직,그리고 개인의 성공이 있음을 확신하게 된다. '자신을 초월하여 이루고자 한 바를 이룰 수 없다면 인간은 얼마나 불쌍한 존재인가.' 이는 '인격론'의 첫 구절이다. 이 책은 사회 구조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있는 '개인'의 힘을 웅변하고 있다. 특히 천재성이 아닌 인격성,그것도 갈고 닦은 인격성이야말로 세상을 바꾸는 힘이라고 주장함으로써 우리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던진다. 보통 사람들은 천재들의 눈부신 재능 앞에 주눅 들기 쉽다. 하지만 우리는 내면의 힘을 키워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자제하며 주어진 의무에 최선을 다하고 항상 긍정적인 사고로 세상을 밝게 보는 것으로써 자신의 흔적을 남길 수 있다. 내면의 힘을 키우기 위해서는 명상이나 독서만으로는 부족하다. 수많은 현실 경험을 통해 자신을 스스로 갈고 닦아야 진정한 인격자의 모습으로 커갈 수 있다. '인격론'은 논리적·철학적 접근이 아닌 수많은 인물들을 실례로 들어 주제를 풀어가고 있다. 이 책이 읽는 사람을 빠져들게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또한 격언들로 가득 차 있어 밑줄을 긋는다면 아마 책 전체가 빨갛게 물들 것이다. '사람들은 천재는 찬미할 뿐이지만 인격적인 사람은 신봉한다.' '열정의 기적을 낳는 것은 행동력이다.' '솔직할 용기,유혹에 저항할 용기,사실을 말할 용기,다른 사람의 부에 부도덕하게 의존하지 않고 자신이 갖고 있는 것 내에서 정직하게 살아갈 용기가 필요하다.' '인격론'은 빛나는 천재성을 가진 비열한 영웅보다 소박하지만 근면하고 정직한 농사꾼의 손을 들어주는 따뜻한 책이다. '궁극적으로 인생을 지배하는 것은 지성이 아니라 양심이다.' 492쪽,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