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바코(Tobacco) 농장은 아름다운 여인을 다루듯 주의깊게 운영돼야 한다." 쿠바 독립 영웅 호세 마르티가 한 말에서도 알 수 있듯 한 개비의 시가에는 쿠바 농민과 노동자의 혼신을 다한 노력이 고스란히 스며 있다. 오늘날 쿠바 시가를 세계 최고로 만든 요인이 담배 경작에 최적인 자연환경 때문만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쿠바 시가는 어떤 과정을 거쳐 탄생할까. 주로 서부지역에서 이뤄지는 답뱃잎 경작은 모판에 씨를 뿌리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풍부한 강수량과 양질의 토양을 갖춘 쿠바 서부지역의 연평균 기온은 섭씨 25도,습도는 79% 정도.씨앗이 발아하고 생육하는 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환경을 갖춘 곳이다. 모판에서 40여일간 작은 묘목 크기로 성장한 담배는 보통 10월 초 밭으로 옮겨 심어져 80일 정도 지나면 50cm는 족히 넘는 잎들이 주렁주렁 매달린다. 이듬해 3월께 추수한 잎들은 창고로 옮겨져 한 달 반에 걸친 건조 과정을 거친다. 건조가 끝나면 발효 과정으로 넘어가는데 최고급 브랜드인 코이바(Cohiba) 시가의 경우 세 번 발효한 제품으로 유명하다. 이 과정에서 잎의 향은 더 강해지고 니코틴과 타르의 양은 줄어든다. 건조와 발효를 마친 잎들을 시가 형태로 완성하는 공장에서는 담배가루를 마는 잎(카파)을 분리해 처리하는 과정이 대단히 중요하다. 선별된 카파에는 건조 과정에서 줄어든 습도를 보충하고 흠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 물이 뿌려진다. 카파를 문지르고 펴는 작업공들의 수작업도 이때 이뤄진다. 작업공들은 담배가루 뭉치를 잎으로 말아 시가 모양으로 만든 뒤 규격에 따라 절단한다. 특히 작은 칼로 자투리 부분을 자르고 모양을 만들어가는 마무리 작업에는 그 어느 때보다 세밀한 손놀림이 필요하다. 일단 규격에 맞춰 절단된 시가는 50개 묶음으로 묶여 진공 소독실로 보내져 살균 과정을 거친다. 이후 3주간 보관함에서 습기를 추가로 뺀 뒤 크기 모양 외관 촉감 굵기 등에 대한 엄격한 검사가 이뤄진다. 이 과정이 끝나야 비로소 브랜드 태그를 달고 쿠바산 시가로 팔려 나갈 수 있다. 고급 시가 판매회사인 아바노스의 관계자는 "검사 과정을 통과하지 못하면 쿠바 정부가 인정한 브랜드를 달지 못해 제 값을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