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치권에서 개헌론이 무르익고 있다. 국제분쟁 해결을 위해 군사력을 보유하거나 다른 나라와의 교전을 허용치 않는 일본 헌법 9조를 개정하자는 것이 주장의 핵심이다. 지난 총선에서 자민·공명당의 연립여당이 전체의석 480석 중 327석을 확보,개헌선인 의석의 3분의 2(320석)를 넘기면서 개헌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것이다. 일본 집권 자민당은 이미 헌법 개정안을 만드는 작업에 들어갔으며 오는 11월15일 자민당 창당 50주년에 맞춰 초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또 개헌 절차를 규정하는 국민투표법안을 제정하기 위해 여야 3당이 중의원 특별위원회를 설치키로 합의했다. 내년에 국민투표법안을 통과시켜 개헌을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을 끝낸다는 게 자민당의 복안이다. 제1 야당인 민주당의 새 대표로 선출된 마에하라 세이지 의원(43)도 지난 20일 "국민투표 법률이 없는 것은 절차적으로 큰 문제"라며 "국민투표법 제정에 대해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마에하라 신임 대표는 기존 평화헌법 개정과 자위대 군비 확충 등을 주장해온 개헌론자여서 앞으로 진행될 개헌 논의에 불을 지필 것으로 보인다. 일본 현지 언론들이 실시한 중의원 당선자 여론조사에서도 80% 이상이 개헌에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사히신문 설문에서는 당선자의 87%가 개헌에 찬성했다. 이는 2003년 11월 선거 당시의 73% 찬성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수치다. 요미우리와 산케이신문 설문조사에선 자민당 의원의 91%가 개헌을 지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민주당은 68%,공명당은 77%가 개헌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이에 따라 우정법안 처리가 마무리되고 새 내각 인선과 자민당 당직 개편이 끝나는 대로 개헌 논의가 본격적으로 수면위로 떠오를 전망이다. 변수는 있다. 개헌을 위해서는 중의원과 참의원 양원의 3분의 2 동의와 국민투표의 과반수 찬성을 얻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참의원에서는 연립여당이 겨우 과반수 의석을 갖고 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선거 참패에 이어 자민당의 개헌론에 뒤따라 갈 경우 당의 정체성을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도 갖고 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도 "개헌은 아직 무리며 후임 총리가 노력해야 할 문제"라는 입장을 표명한 상태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