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의 매물이 쏟아지며 주가가 23일 급락했다. 1200포인트 돌파를 눈앞에 두고 복병을 만난 셈이다. 여기에 프로그램 매물까지 가세,하락폭이 커졌다. 전문가들은 "한국 시장이 해외 증시에 비해 단기 급등했다"며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한국에 투자하는 해외 펀드에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고 적립식 펀드로도 돈이 계속 들어오고 있어 조정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만만찮은 외국인 매도세 이날 거래소시장의 외국인 매물은 2247억원어치로 약 한 달 만에 최대를 나타냈다. 외국인의 매도 공세는 지난 14일부터 본격화해 7일간 6540억원어치가 출회됐다. 하루 평균 1000억원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좀 더 길게 보면 외국인 매도는 주가가 1100선을 넘어선 8월 초부터 시작해 2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외국인은 7월에는 1조7000억원어치를 샀지만 8월 1조원 규모의 매도 우위로 전환한 뒤 이달 들어서도 3300억원어치를 처분했다. 특히 템플턴과 같은 장기 투자 펀드도 대규모 '팔자'에 나서고 있다. 템플턴은 최근 세 달 동안 LG생활건강 삼성정밀화학 삼성중공업 하이트맥주 영원무역 아이디스 하츠 코다코 등 9개 종목을 2000억원어치 매도하며 지분율을 대폭 낮췄다. 한국 시장의 또 다른 외국인 큰손인 캐피털도 매도 우위를 보이고 있다.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 외국인의 매도는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이 목적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UBS증권 장영우 대표는 "주가가 너무 빨리 올랐다는 점 말고는 특별히 부각된 악재는 없다"며 "고점에 대한 경계심리를 이용해 차익 실현 중"이라고 분석했다. 메릴린치증권 이남우 전무도 "외국인의 한국 증시 투자 비중이 최대로 확대된 상황이기 때문에 미국 시장 조정을 빌미로 일단 이익실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장기 투자 펀드의 매도에 과민반응할 필요는 없다는 지적이다. 한 외국계 증권사 임원은 "템플턴과 같은 가치주 위주의 투자자는 장이 좋을 때 팔고,패닉심리가 있을 때 진입하는 전략을 자주 구사한다"고 밝혔다. ◆조정폭과 기간은 깊지 않을 듯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증시가 하락 중인 상황에서 우리만 초강세를 지속하기는 어렵다"며 "자연스러운 조정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허리케인 리타가 지나가고 나면 다음주 중반부터 반등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며 "1150선에서 지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 공세도 조만간 잦아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남우 전무는 "외국 펀드들의 한국 주식 비중이 꽉 찬 상태지만 새로 진출하는 대형 외국투자자도 많다"며 "매물 공세가 머지않아 잦아들고 조정폭도 50~60포인트를 넘지 않을 것"으로 진단했다. 실제로 지난주 한국 관련 해외 펀드에는 9억1000만달러의 대규모 자금이 들어와 20주 연속 순유입을 기록했다. 이와 함께 적립식 펀드로의 자금 유입이 하락폭을 제한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특히 월급날이 낀 월말에 시장이 강세를 보이는 '월말 효과'로 이번 조정이 단기에 그칠 것이라는 낙관적 시각도 있다. 장영우 대표는 "내년 실적이 올해보다 좋아질 것으로 보여 상승 추세는 계속될 전망"이라며 "1년 뒤에는 1400까지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