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대 주주 간 경영권 다툼으로 내홍을 겪어왔던 HK저축은행(옛 한솔저축은행)이 23일 대표이사 교체 안건을 놓고 임시 주주총회를 열었다가 300여명의 경비용역업체 직원과 경찰까지 출동하는 등 파행을 빚었다. 이런 가운데 이날 주총에서는 2대주주인 선진씨엠씨쪽 인사인 박정삼 현 대표이사가 유임되는 등 사실상 2대주주의 승리로 끝났다. 23일 서울 논현동 HK저축은행 본점에서 열린 임시 주주총회는 '주총 진행요원'을 자청하는 용역직원 300여명이 동원돼 일반인의 출입을 통제하는 등 하루 종일 '험악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주총 하루 전날인 22일 오후부터 HK본점에서 '밤샘'을 하기도 했다. HK저축은행 관계자는 "주총이 시작된 오전 9시를 전후해 주주들의 주총장 입장이 시작되자 고성이 오가는 등 혼잡한 상황이 연출됐으며,이 같은 분위기는 하루 종일 계속됐다"고 전했다. 자산 기준으로 국내 1위인 HK저축은행의 임시주총이 이처럼 '난장판'이 된 것은 3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1대주주 퍼시픽캡과 최근 지분율을 20%대로 끌어올린 2대주주 선진씨엠씨의 경영권 분쟁이 도를 넘어선 수준에 달했기 때문이다. 퍼시픽캡측은 2대주주측의 인사인 박정삼 현 대표이사를 해임하고 자신들이 내세우는 인물을 대표이사 자리에 앉히기 위해 이날 주총에서 대표이사 해임건의안을 제출했었다. 이와 관련,양측은 주총을 앞두고 서로 상대방 소유 지분과 우호 지분의 의결권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이전투구 양상을 보여왔다. 결과적으로 이날 주총에서는 일부 소액 주주들과 당초 퍼시픽캡측의 우호 주주였던 몇몇 대주주들이 선진씨엠씨쪽으로 돌아서면서 박정삼 대표이사가 유임되는 등 사실상 선진씨엠씨의 승리로 일단락됐다. 한편 업계는 1대주주인 퍼시픽캡측이 주총 진행 과정의 절차상 문제를 들어 소송을 제기하는 등 맞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했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HK저축은행은 경영권 다툼이 본격화되면서 최근 경영실적이 악화되는 등 위기를 겪고 있다"며 "업계 1위 저축은행이 흔들릴 경우 그 파장이 업계 전반에 미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