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부동산시장이 빠르게 냉각되고 있다.


상반기 고공행진을 거듭했던 집값이 이달 들어 확실한 하락세로 반전됐다.


강남권 재건축아파트들은 추락에 가속이 붙으면서 본격적인 내리막길로 접어들었다.


다주택자 세금 강화 등을 비롯한 각종 규제로 투자자들이 물건을 쏟아내면서 호가를 경쟁적으로 낮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매수세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추가하락을 기대하는 실수요자들의 관망세가 지속되고 있는 탓이다.


분양시장도 마찬가지로 냉기가 감돈다.


가을철 분양 성수기여서 신규공급 물량은 급증하고 있지만 청약열기가 예전같지는 않다.


8.31대책 약발이 가시화되면서 이 같은 침체장세는 적어도 내년까지는 이어질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주택시장 하향안정세 가속


서울.수도권지역의 경우 세금부담과 거래규제가 강화되면서 시장 전반이 가격조정에 돌입했다.


특히 8.31대책의 직격탄에 노출된 것은 재건축시장이다.


최근 3년간 줄곧 상승세를 이어오다 된서리를 맞았다.


지난 6일 입주권에 대한 양도세 과세 방침까지 발표되면서 하락속도가 더욱 빨라지는 추세다.


강남권 재건축단지는 최근 두 달 새 호가가 최고 1억원 이상 빠졌다.


하지만 이 같은 호가하락에도 매수세는 아예 구경조차 어렵다.


정부의 재건축 규제지속 의지가 확고한데다 세제강화,담보대출 축소,입주권 양도세 과세방침 등 잇단 규제조치가 보태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갈수록 팔자 매물은 쌓이는 데 거래는 없다.


반면 전세시장은 시세가 상승하면서 달아오르고 있다.


건교부의 전국 전세가 월별 상승률 자료에 따르면 7월 0.2%,8월 0.3% 올랐다가 9월 들어 주간 상승률이 0.2%로 상승세가 진정됐다.


그러나 강남 지역의 경우 7,8월에 매달 상승률 0.3%를 유지하다 9월 들어 주간 상승률이 매주 0.5%를 기록하고 있다.


당분간 전세를 살면서 가격이 더 떨어지면 내집마련에 나서보려는 수요가 늘고 있는 탓이다.



◆실수요자에겐 오히려 내집마련 '기회'


무주택자라면 올 가을부터를 내집마련의 '호기'로 보고 본격 작전에 돌입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올 4분기부터 내년까지를 매수타이밍으로 보고 있다.


보유.양도세 강화와 주택담보대출 규제로 다주택자들이 급매물을 대거 쏟아낼 것이기 때문이다.


집을 넓혀가고 싶은 사람들은 매입시점과 세금을 잘 살펴야 한다.


양도세 비과세 혜택 등을 잘 따져봐야 한다.


구입할 집이 종합부동산세 대상인지도 확인해야 한다.


집을 두 채 이상 가진 다주택자라면 우선 세금계산부터 해보고 매도시기와 전략을 세워야 한다.


호재지역내 유망물건을 보전하고 이외 물건부터 처분에 나서라고 전문가들은 권한다.


늦어도 내년까지는 정리하는 게 좋다.


2007년부터는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율이 크게 높아지기 때문이다.


5채 이상 다주택자라면 이번 기회에 아예 임대사업자로 나서보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쉽지는 않지만 불가능하지만도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신규분양도 노려볼 만


이사가 급하지 않으면 신규분양을 노려봐도 좋다.


공공 주택물량이 대거 늘어나는데다 청약제도가 무주택자에게 유리하게 손질될 가능성이 높아진 탓이다.


특히 무주택자의 경우 무주택 기간과 소득,가구현황 등을 감안해 청약 우선순위가 부여되고 공공택지내 원가연동제가 적용돼 신규분양을 통한 내집마련 방법이 한결 좋아졌다.


내달부터는 신규분양 물량이 풍년을 이룰 전망이다.


8.31대책 발표 이후 줄곧 분양시기를 저울질하던 주택업체들도 '미뤄봤자 좋을 게 없다'는 판단에 따라 본격적인 분양경쟁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또 공공택지내 전매제한이나 투기지역내 주택담보대출 제한 등으로 가수요가 급감해 유망 분양물량에 실수요자의 접근이 한결 쉬워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입지 좋은 공공택지 분양주택을 1순위 목표로 두고 도전해 봐도 된다.



◆토지시장 투자보다 매도가 더 문제


토지시장도 수도권.지방 할 것 없이 얼어붙고 있다.


매물이 쏟아지면서 가격하락에 가속이 붙는 상황이다.


최근 건설교통부가 내놓은 '8월 토지시장 동향'에 따르면 전국 지가 상승률은 0.457%로 7월(0.477%)보다 오름폭이 줄어들었다.


지난 3월 이후 다달이 상승폭이 커졌던 땅값은 지난 6월 0.79%를 정점으로 꺾여 두 달째 상승세가 둔화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은 투자보다는 가진 땅을 어떻게 '되파느냐'가 문제다.


우선 비업무용 토지 및 부재지주의 농지.임야.목장 용지는 양도시 실거래가로 고율의 세금이 매겨져 실이익이 거의 없다.


따라서 양도세가 대폭 인상되기 전에 활용가치가 낮은 땅부터 팔아야 한다.


기업도시 혁신도시 등 개발 호재가 있고 인구 증가가 꾸준한 지역의 토지는 당분간 보유해보는 것도 괜찮다.



◆상가시장만 기대감 고조


상가시장은 '8.31 부동산종합대책'의 규제대상에서 빠지면서 훈풍이 불 조짐이다.


하지만 상가는 경기에 민감한데다 공급과잉 상태로 인해 당장 '풍선효과'가 나타나기는 어렵다.


특히 이번 8월 대책의 후유증으로 주택.토지에서 발을 빼는 투자자들은 아직까지 대체상품 투자에 나서기보다 관망자세를 보이고 있어 상가시장에 큰 반응은 없는 상태다.


하지만 상가업계는 최근 대대적인 광고공세를 통해 투자 분위기를 유도해나가고 있다.


이로 인해 일부 상가를 중심으로 투자문의가 늘면서 계약건수도 조금씩 늘고 있다.


상가는 지난 4월 말부터 골조의 3분의 2 이상을 짓고 나서 분양하도록 한 '후분양 제'가 본격 실시되면서 5개월째 공급도 줄었다.


따라서 4분기부터는 현재의 공급과잉이 해소단계에 돌입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에 따라 실수요자들은 단지내 상가와 역세권 상가,택지지구 내 근린상가,입지여건이 좋은 복합테마상가 등을 중심으로 조심스럽게 접근을 해보는 것도 괜찮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박영신 기자 ys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