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세계경제 패러독스, 중국의 3低정책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1990년대 중반 이후 중국경제의 고성장에 가장 큰 힘이 돼왔던 3저(低) 정책이 이제는 세계경제의 최대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3저 정책이란 낮은 금리와 위안화 평가절하,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저가수출 혹은 덤핑정책을 말한다.
지난 95년 이후 중국의 금리는 10년 동안 고정돼 왔다.
지난해 10월 한 차례 올리긴 했어도 현 금리 5.58%는 중국의 경제여건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이다.
한 나라 금리의 적정성을 따지는 테일러 준칙 등을 통해 중국의 적정금리 수준을 추정해 보면 7% 내외로 나온다.
또 94년 이후 고정시켜 온 위안화 가치도 올 7월 한 차례 평가절상됐으나 여전히 저평가된 상태다.
환율구조 모형 등을 통해 본 위안화 가치의 적정수준은 달러당 6.9위안 정도로 추정되는 점을 감안하면 추가적인 절상문제는 계속해서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이 이처럼 낮은 금리와 위안화 평가절하를 바탕으로 한 수출저가 혹은 덤핑정책을 추진해 온 결과 이제는 자국 중심의 경제질서인 '팍스 시니카'(Pax Sinica) 체제까지 가능케 하고 있다.
세계저가시장에서 중국의 수출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50%에 달한다.
중국경제 입장에서 3저 정책은 단기간에 압축성장을 가능케 했던 최선의 대안이나, 중국의 위상이 높아지면 질수록 세계경제에 부담이 되고 있다.
일종의 중국경제 입장에서 미덕이 세계경제로서는 악덕이 되는 '패러독스(paradox) 현상'이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이제는 세계경제가 감내해 낼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고 있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최근 들어 한국을 포함한 주요 국가에서 제기되고 있는 중국발 '하이퍼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다.
하이퍼 디플레이션이란 물가가 너무 떨어져 경기침체에까지 영향을 주는 현상으로 경기침체속에 물가가 오르는 스테그플레이션 국면과는 대비된다.
앞으로 중국발 하이퍼 디플레이션이 가시화될 경우 시장경제의 근간인 '가격기구의 기능( Price Mechanism)'이 무력화되는 점이 가장 우려된다.
지난해 이후 전 세계적으로 높은 성장과 고유가와 같은 인플레 요인이 만만치 않으나 물가는 크게 불안하지 않다.
한 마디로 중국의 저가수출품에 의해 '위장된 안정국면'인 셈이다.
이 경우 물가가 안정돼 있다고 해서 금리를 제때에 올리지 않을 경우 정책타이밍을 잃거나 부동산 투기와 같은 인플레 이외의 분야에서 더 큰 부작용이 발생된다.
최근 들어 금리변경 기준이 되는 인플레 목표치를 낮춰야 한다든가,통화정책의 목표를 전통적인 물가안정 이외에 부동산 등 자산부문에 낀 거품해소와 같은 다른 목표에 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제 세계적으로 중국의 3저 정책에 대한 비판과 규제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중국에 대해 금리인상을 권고한 바 있고, 세계무역기구(WTO)가 저가의 중국 수출상품 규제에 나선 지도 오래 됐다.
최근 들어서는 위안화를 중심으로 달러화 약세를 유도하려는 신(新)플라자 논의까지 일고 있다.
앞으로 이런 규제가 강해지면 질수록 중국의 3저 정책은 매력을 잃게 된다.
그만큼 중국이 고비용 국가가 되는 셈이다.
현 시점에서 우리가 어떻게 대응해 나갈 것인가는 굳이 지면을 할애하지 않더라도 자명(自明)하지 않나 생각한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