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갑 < 특허청장 jongkkim@kipo.go.kr > 초강력 허리케인 카트리나와 리타가 남긴 상처는 오래 갈 것 같다. 카트리나의 피해 복구 비용만 해도 세계무역센터 테러 수준을 넘어설 것이라 했는데 리타까지 겹쳤으니 그 심각성을 짐작할 만하다. 과학기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자연재해는 여전히 인류의 가장 큰 위협이 되고 있다. 환태평양 지진대에 인접하여 지진으로부터 안전지대가 아니고,해마다 태풍과 홍수피해에 시달리고 있는 우리로서는 결코 남의 일로 여겨지지 않는다. 자연현상은 그 복잡성 때문에 정확한 예측이 어렵지만 재해를 예측하거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기술들이 개발되기도 한다. 재난 지역에 먼지처럼 뿌려져 각종 재난 정보를 수집하는 '스마트 먼지(Smart Dust)'나,재난 정보를 휴대폰을 통해 실시간으로 전달하는 '긴급재난 문자방송(Cell Broadcasting Service)' 기술이 그 예다. 내진(耐震) 설계보다 한층 진보되어 지진의 충격을 회피하는 면진(免震)이나 적극적으로 지진의 영향을 상쇄시키는 제진(制震) 기술도 관심을 모은다. 94년 미국 노스리지에서 발생한 강도 6.7의 지진으로 모든 병원이 다 파손됐지만 면진 베어링이 설치된 남가주대 병원만은 무사했다고 한다. 자연재해를 원천적으로 막거나 자연환경을 인위적으로 조정해 보려는 시도도 있었다. 일본의 한 발명가는 태풍의 눈에 강력한 전파를 발사하여 태풍을 억제하는 방법을 특허 출원했고,미국의 한 과학자는 거대한 구(球)를 만들어 이것에 의해 반사되는 태양에너지를 지구에 쏟아부어 지구의 에너지에 충당한다는 지구개조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이런 아이디어들은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이유로 아쉽게도 특허로 등록되지는 못했다. 자연현상 앞에 인류는 너무 미약한 존재로 보인다. 그러나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의 지적처럼 도전에 대한 응전이 인류의 문명과 역사를 발전시키는 바탕이 된다. 나일강 유역의 이집트 문명이나 황허 유역의 중국 문명도 자연의 도전에 대한 인간 응전의 결과이지 않았던가. 우리 정부와 학계도 자연재해 극복을 위한 관심을 새롭게 해야 할 때인 것 같다. 연간 20~30개의 태풍이 오는 우리 지역에 올해는 17호가 지나갔으니 아직도 마음 놓을 때는 아닌 것 같다. 언젠가는 근본적인 예방책이 마련되겠지만 우선은 다시 한번 주변을 둘러보고 사전 대비라도 좀 더 철저히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