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수의계약에서 중소기업 간 경쟁으로 전환된 품목들의 공공기관 입찰에서 낙찰가격이 조달청 예정가격의 절반 수준까지 떨어지는 등 중소기업 간의 출혈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25일 중소업계에 따르면 배전반 폐쇄회로텔레비전시스템(CCTV) 등 지난 4월1일부터 중소기업 간 경쟁 물품으로 지정된 12개 품목(11개 조합)들의 공공기관 구매 낙찰가격이 최저가 낙찰제 시행으로 단체수의계약 공급가격에 비해 30~40% 이상 낮게 형성되고 있다. 전기조합 관계자는 "배전반의 경우 조달청의 적격심사가 적용되지 않는 2억1000만원 이하 계약의 낙찰가격이 조달청 예정가격의 평균 57% 선까지 떨어졌다"며 "단체수의계약의 공급가격이 예정가격의 90~95%대에서 결정된 점을 감안하면 업체들은 이전보다 30~40% 낮은 가격으로 공공기관에 납품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반면 입찰업체들의 재무상태와 설비수준 신용등급 등을 함께 평가하는 적격심사의 경우 예정가격의 80~85% 수준에서 낙찰이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배전반은 지난해 단체수의계약을 통해 전기조합 소속 365개 업체가 1700여억원어치를 납품한 품목으로 지난 4월 폐지된 12개 물품 가운데 물량이 가장 크다. 지난해 배전반 계약건수 가운데 90% 이상의 입찰 규모가 2억1000만원 이하라고 조합측은 밝혔다. 조합 관계자는 "대부분의 입찰이 적격심사를 받지 않기 때문에 업체들이 물량확보를 위해 경쟁적으로 낮은 가격을 써내고 있다"며 "낙찰받은 업체 가운데 일부는 가격을 맞추기 위해 저가의 중국산 부품을 쓸 가능성이 있어 제품의 품질 저하도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중소기업 경쟁물품 전환 이후 물량부족과 과당경쟁 등으로 인해 5~6개 조합원사가 문을 닫았다"며 "연말께 문을 닫거나 도산하는 기업이 속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약 700억원의 단체수의계약을 올린 CCTV도 최근 들어 낙찰가격이 이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감시기기조합 관계자는 "일부 입찰의 경우 낙찰가격이 40%대까지 떨어졌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청은 이 같은 출혈경쟁을 줄이기 위해 중소기업 간 경쟁물품의 경우 내년부터 3000만원 이상 입찰에 대해 적격심사를 실시하고 업체의 등급을 나눠 등급별로 입찰 기회를 부여하는 등급별 경쟁제도 등을 도입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조합관계자는 "적격심사 확대로 낙찰가격은 올라가겠지만 일부 우량 업체들이 공공입찰을 독식하는 현상은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한편 내년 1월1일부터 20개 조합 31개 물품이 단체수의계약에서 제외되며 2007년부터는 모든 단체수의계약물품이 중소기업 간 경쟁품목으로 전환된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