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화 물감이 아닌 수묵담채로 표현된 한국화가 오용길(이화여대 미대학장·59) 화백의 도시풍경은 필력(筆力)과 수묵의 맛을 느끼게 해 색다른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그는 온갖 꽃이 화사하게 핀 우리 시골의 정다운 풍경을 사실적인 기법으로 화폭에 담아 온 한국 화단의 대표주자로 꼽힌다. 20여년간 실경을 그려왔던 오 화백이 변신을 시도했다. 오는 10월1일 서울 인사동 선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서울'전에서 작가는 서울의 도시풍경을 담은 신작들을 선보인다. 오 화백은 지난 2년간 서울시청앞 잔디광장,고가도로가 없어지기 이전의 청계천 주변 풍경 등 수도 서울의 어제와 오늘의 모습을 집중적으로 그렸다. 이번 전시에는 500호 대작인 '한국일보에서 본 인왕산'을 비롯 '청와대가 보이는 풍경''승동교회가 보이는 인사동''청계 고가도로' 등 40여점을 출품한다. 미술평론가 윤범모씨는 "신작들은 색을 맑게 써서 수묵담채의 기본 정조와 수묵화의 명정한 분위기를 잘 살려 기존의 도시 풍경화와는 색다른 신선한 느낌을 준다"고 평했다. '한국일보에서 본 인왕산'은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와 완전히 다른 분위기로 인왕산을 화면에 담았다. 중경(中景)의 주택가는 엷은 채색으로,근경(近景)의 경복궁 마당은 여백과 함께 먹색을 강조해 대비를 이룬다. '서울시청'은 시청 건물을 의도적으로 멋있게 표현하려고 한 작가의 고심이 드러난다. 시청 건물이 잘 드러나는 덕수궁 안에서 초점을 맞춰 화면 앞 나뭇가지를 늘어뜨리고 선묘와 엷은 채색,그리고 먹으로 대상의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북아현동'은 꽃동산의 꽃을 부각시키고 하단에 건물 일부를 배치시켜 색다른 구도를 연출했다. 작가는 "도시의 특징은 직선"이라며 "직선을 기본으로 곡선과 색채 등으로 화면의 변화를 주는 데 주안점을 뒀다"고 설명한다. 서울대 학부와 대학원에서 한국화를 전공한 오 화백은 제1회 선미술상(84년)과 제1회 월전미술상(91년)을 수상했다. 10월20일까지.(02)734-0458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