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사상 처음으로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친 이용훈 신임 대법원장(63).지난 23일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이 대법원장은 26일 취임식을 갖고 임기 6년의 대법원장직을 공식 수행한다.


사법부 새 수장의 인맥은 관심거리다. 하지만 이 대법원장이 청문회를 전후해 법구회 우리법연구회와 같은 법조내 비공개모임이 여론의 도마에 올라 진땀을 흘린 적이 있어 그의 주변에서는 "말도 꺼내지 말라"는 분위기다.


'인맥'이라는 용어 자체에 알레르기성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순수 공부모임으로 본인이 회원으로 있던 민사판례연구회에도 "순수하게 운영돼야 한다"며 경고성 메시지를 보낸 그였다.


이 대법원장은 '야박할 정도의 원칙론자'라는 평가도 받지만 오히려 그 점 때문인지 주변에 지인이 많다.


전남 보성 출신으로 광주서중,광주일고를 나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이 대법원장은 사법시험 합격 후 2000년 변호사로 개업하기까지 32년간 줄곧 판사생활만 했다.


또 독실한 크리스천으로 서울 서초동 은혜교회 장로여서 그의 인맥지도는 학교 동문과 법조계 선후배,기독교인들로 주로 채워진다.


이 대법원장은 50년 지기인 중·고교 동기들을 동창회 등에서 자주 만난다.


이들 중 서울대 법대에 함께 들어가 4학년 때 사시에 동시에 합격한 박영식 변호사(전 언론중재위원장)와 법무법인 바른의 김찬진 고문변호사(전 국회의원)는 그와 함께 '수재 3총사'로 불렸다.


김 변호사는 "셋이 공통점도 많았지만 성격이 달라 긴장관계를 유지하는 등 선의의 경쟁 상대였다"고 회고했다.


김봉균 대한트랜스 회장,권동열 퍼시스 사장,전길환 CJ 경영고문,SK건설 고문을 맡고 있는 김달중 중·고교 동기 회장,박종헌 삼양사 사장이 현직에서 활동하고 있는 기업인 친구다.


나정웅 광주과학기술원 원장과 열린우리당 임채정 의원도 중·고교 동기생이다.


서울대 법대(59학번) 동기 가운데도 죽마고우가 많다.


판사 출신으로는 특히 동갑내기로 고시동기(15회)인 한대현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처남)과는 둘도 없는 친구다.


고시 후배지만 연배가 비슷한 안문태 전 특허법원장,송진훈 지창권 전 대법관,이일영 변호사와도 막역한 사이다.


검찰 쪽에는 신건 전 국정원장과 김종구 전 법무부 장관,황길수 송종의 현홍주 등 세 명의 전 법제처장이 대학동기다.


정치권에서는 김광원 의원(한나라당),신국환 의원(무소속),정문화 전 부산시장이 대학동기다.


신 의원은 "정치권에는 얼씬도 안해 절친한 친구는 별로 없지만 사법부 수장으로 오히려 정치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을 펼 수 있어 향후 활동을 기대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학계에서는 서울대 법대 동기로 국제형사재판소(ICC) 재판관 및 한국법학교수회 회장을 맡고 있는 송상현 법대 교수와 자주 만난다.


특히 송 교수가 지난해까지 15년간 회장직을 맡은 민사판례연구회는 판사 110여명,법학 교수 50여명,변호사 10여명 등으로 구성돼 이 대법원장이 학계와 접점을 넓히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신유근(경영학과),이기화(지구환경과학부) 서울대 교수와 이형영 전남대 의대 교수는 광주일고 동기생들이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이 대법원장의 지인으로 기독교우들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매월 둘째 주 화요일이면 대법원 청사에서 판·검사 변호사의 모임인 애중회(愛重會) 회원들과 조찬기도회를 갖는다.


회장인 박재윤 대법관을 비롯 유지담 김용담 대법관,손지열 법원행정처장,김황식 법원행정처 차장,김상원 법무법인 한누리 대표 등이 주요 멤버다.


이 대법원장은 또 아시아 각국 기독법조인의 모임인 애드보켓 코리아(AK) 총재직도 맡고 있다.


AK 부총재직을 맡고 있는 법무법인 로고스의 전용태 공동대표와 양인평 대표변호사 등이 그의 신앙 동역자들이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