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 X파일'로 불리는 불법도청사건이 불거진 이후 요즘 정부 정치권 시민단체에 일부 언론까지 가세해 연일 삼성때리기에 나서고 있는 모습은 정말 걱정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건강진단과 치료를 위해 미국에 머물고 있는 이건희 삼성 회장을 두고 천정배 법무장관은 얼마전 외국 당국과 사법공조를 해서라도 조사하겠다고 말하는가 하면,지난 7월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를 통과한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 개정안에 대해 청와대가 '삼성 봐주기'입법 여부에 대한 경위조사에 들어가는 등 삼성을 둘러싼 갖가지 의혹 제기에 정부가 앞장서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최근에는 사회 일각에서 이미 끝난 삼성상용차 부실처리과정의 분식회계 문제까지 들춰지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이 모든 사안들이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부풀려진 것인지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우리나라 대표적 기업인 삼성을 표적으로 삼아 마치 마녀사냥식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금산법(金産法)과 관련된 사안만 하더라도 소급입법을 통해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은 너무도 분명한 일반적인 법 원칙이다. 그런데도 이를 마치 봐주기 입법을 한 것처럼 부풀리는 것은 누가 어떤 의도를 갖고 '반(反) 삼성',나아가 반기업 정서를 부추기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갖게 하는 지경이다. 삼성그룹은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22%,GDP의 17%,세수(稅收)의 8% 이상을 차지하고,종업원만 20만명,협력사까지 포함하면 100만명에 이르는 고용인력을 떠안고 있는 글로벌 간판 기업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이런 기업과 기업총수에 대해 무차별적인 매도로 세계시장에서 어렵게 쌓아올린 이미지를 결정적으로 손상시키고 기업가 의욕을 꺾는 것은 스스로 자해(自害)하는 꼴이나 다름없다. 더구나 불법 혐의가 있다면 사법절차에 따라 그 책임을 물어야 할 일이지 온갖 의혹부터 부풀려 여론몰이로 기업을 궁지로 몰아넣는 것은 앞으로 심각한 후유증만 걱정될 뿐이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 경제는 아직 회생(回生)의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고 성장잠재력이 갈수록 떨어지는 등 암울하기 짝이없는 상황이다. 꺼져가는 성장엔진에 다시 불을 붙이기 위해서는 기업의 투자의욕을 되살리고 기업가 정신을 고양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다. 지금 그나마 삼성이나 현대자동차 같은 든든한 글로벌 기업들이 국민 경제를 떠받쳐주고 있다는 점을 망각해서는 안된다. 이런 식으로 기업을 압박하고 반기업 정서를 부추겨 기업활동을 위축시키는 것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