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제4차 6자회담이 지난 19일 베이징에서 공동성명을 채택하고 막을 내렸지만 북한과 미국의 기(氣) 싸움은 여전하다. 경수로를 먼저 제공해달라는 북한의 주장에 미국은 핵무기를 먼저 포기해야 한다고 응수했다. 그럼에도 이번 회담은 한반도에서의 핵 위협을 제거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23일 문희상 열린우리당 의장 일행을 접견한 자리에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도 북ㆍ미 간의 신경전에 대해 "그리 이상한 게 아니다"고 말해 큰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북한을 하나의 시장과 경제 주체로 바라볼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정치 발목에 잡혀 경제 개혁 개방이 주춤했던 북한의 변화가 기대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중국의 행보는 주목할 만하다. 이달 초 지린성 창춘시에서 열린 제1회 동북아투자 무역박람회엔 150여명의 북한 무역상들이 참가했다. 다른 나라 참가단과는 달리 경비 일체를 주최국인 중국측이 대줬다는 후문이다. 이를 두고 중국이 미래의 시장을 위해 투자한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북한 시장을 선점하려는 중국기업들의 움직임은 작년 4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방중 이후 부쩍 빨라지고 있다. 중국의 중쉬(中旭)그룹이 지난해 북한정부와 평양 제일백화점을 10년간 임차하는 계약을 체결한 게 대표적이다. 최근엔 지린성 훈춘의 2개 기업이 북한에 도로를 건설해주는 대가로 북한 두만강 유역 나진항에 대한 개발ㆍ사용권을 획득했다. 베이징의 외교소식통은 "중국 정부는 낙후된 훈춘 경제 육성 방편으로 접경 지역인 북한의 나진 선봉 자유무역지대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의 행보에서 북한 시장을 선점해 동북아 경제권을 주도하려는 야심을 읽을 수 있다면 비약일까. 문 의장을 수행해 방중한 배기선 열린우리당 사무총장은 "중국은 물론 일본 미국도 북한 시장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개방이 동북아 경제지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국내에서도 북한을 경제주체로 바라보는 시각이 좀 더 힘을 얻을 때가 됐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