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전체물량이 2만가구에 이르는 데도 전셋집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입니다.매물이 하나 나오면 중개업소들이 한바탕 전쟁을 치르기 일쑤입니다.”(화성 태안읍 주공1단지 P공인 관계자) 정부의 ‘8·31 부동산종합대책’ 발표 이후 경기도 화성시의 전셋값 주간 상승률이 1%를 넘는 등 수도권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이 일대 태안지구가 수도권 외곽 전셋값 불안의 진앙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태안 지구는 서울 지하철 1호선이 연장된 수원~천안 간 전철의 병점 역세권으로 전세 수요가 많은 데다 수원지역 재건축 이전 수요까지 겹치면서 지난해 하반기 이후 전셋값이 최고 두 배 이상 수직 상승했다. 여기에다 내년 12월 시범 단지부터 입주를 시작하는 273만평 규모의 인근 동탄신도시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변 아파트 매매·전셋값의 동반상승 가능성과 함께 전셋값 불안 도미노 현상도 우려되고 있어 주목된다. ◆전셋값,1년 전의 두 배 수준 지난해 4월부터 본격 입주를 시작한 태안 지구 아파트 단지는 입주 후 2년이 채 지나지 않아 단기적인 공급과잉 여지가 남아 있는 데도 전세 물량이 태부족한 실정이다. 병점 역세권 등 교통 여건이 개선되면서 이곳을 찾는 전세 수요가 꾸준하기 때문이다. 동탄신도시와 가까운 신창 2차의 경우 38평형 전셋값이 1억3000만원 선으로 지난 7월 이후 두 달 만에 2000만원 올랐다. 45평형도 1억7000만원대로 같은 기간 4000만원 가까이 뛰었다. 지난해 12월 입주 때 7000만~8000만원이던 전셋값이 9개월 만에 두 배로 오른 셈이다. 동탄114공인 관계자는 "병점역을 이용해 오산 천안으로 통근하는 사람들이 꾸준히 전세를 찾으면서 가격이 오르고 있다"며 "특히 8·31 대책 발표를 전후로 매매 대신 전세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세품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주공4단지 32평형 전세가격도 1억1000만원 선으로 지난 7월 이전보다 2000만원 올랐다. 이 아파트 역시 1년 전 입주 당시 전세가격(6500만원)과 비교해 두 배 가까이 급등한 것이다. ◆전세불안 인근 확산 우려 태안 지구만 놓고 볼 때 입주 후 2년이 되는 내년 상반기부터 재계약 포기 매물 등이 나오면서 전셋값이 안정될 것으로 현지 중개업소들은 분석하고 있다. 문제는 기존 세입자들이다. 내년에 전세 계약이 만료되는 세입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두 배 이상 급등한 전셋값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태안지구 T공인 관계자는 "태안지구 내 세입자의 경우 대부분 평균 소득 수준이 그리 높지 않아 재계약 시점에는 이미 올라버린 전셋값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며 "집주인이 원하는 전셋값을 감내하기 어려운 데다 주변에 마땅히 이사할 만한 곳도 별로 없어 상당한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태안지구 내 전세 재계약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늘고 이들이 오산 등 인근으로 계속 밀리면서 수도권 남부지역의 전셋값을 또 한번 흔들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태안지구 1단지 L공인 관계자는 "재계약 시점에 오를 대로 오른 전셋값을 감당 못하는 세입자들이 많을 경우 상대적으로 값이 저렴한 인근 지역까지 전셋값 불안 도미노 현상이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