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매그나칩반도체 청주공장.김상균 혁신추진팀장이 이끄는 '실수방지팀' 9명이 팹(FAB·반도체 생산라인)에 모습을 드러냈다. 말 그대로 실수를 막는 게 임무인 이 팀은 생산관리부서와 품질관리부서 직원들로 짜여진 일종의 테스크포스(TF) 팀이다. 매그나칩이 지난 4월 생산성 혁신을 위해 도입한 혁신조직인 16개 TTMV(Time To Market,Time To Volume) 팀 가운데 하나다. 오퍼레이터(제조담당직원)들이 제조과정에서 웨이퍼를 잘못 다뤄 불량품이 발생하는 것을 사전에 예방하는 게 이 팀에 주어진 역할이다. 이 팀은 이날 '웨이퍼 핸들링 인증제도'가 실제 생산라인에서 어떤 효과를 내고 있는가를 집중 점검했다. 웨이퍼 핸들링 인증제도는 청주공장 1300여명의 오퍼레이터들이 얼마나 불량을 만들지 않고 웨이퍼를 다루느냐를 평가하는 제도.일정 수준 이하면 오퍼레이터를 팹에 투입시키지 않는다. 실수방지팀은 두 시간가량의 점검 끝에 웨이퍼에 흠집을 내거나 포토마스크(Photomask:반도체 회로사진 원판)를 잘못 사용해 웨이퍼를 폐기하는 등의 사례를 10여건 잡아냈다. 불량을 낸 직원들에게 '웨이퍼 핸들링 재교육'이 통보됐고 불량이 난 공정은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지를 점검받았다. "생산직을 제외한 전 연구·사무직원 2000명 중 240명이 TTMV팀에서 활동하고 있죠.반도체 설계에서 생산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서 눈에 보일 정도로 생산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이병훈 품질기획팀장) 사실 연초만 해도 매그나칩반도체의 분위기는 뒤숭숭했다. 지난해 10월 하이닉스반도체의 비메모리 사업부가 독립한 지 3개월.막상 홀로서기에 나섰지만 문제는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경쟁업체에 비해 제품 개발 기간은 2배가량 길었으며 불량률 역시 높았다.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말부터 본격화된 정보기술(IT) 경기 하락으로 주문량도 줄었다. 여기에 직원들 사이에서 외국계 자본(씨티벤처캐피탈) 인수에 따른 구조조정의 불안감도 확산되고 있었다. 그야말로 '극약처방'이 필요한 시기였다. 그래서 도입한 게 TTMV(Time To Market,Time To Volume)팀.허염 사장 주도로 만들어진 이 팀의 목적은 '반도체 불량률을 줄이면서 개발 기간도 단축하고(Time To Market),단기간에 최적의 양산체계를 갖추자(Time To Volume)'는 것.생산효율 극대화로 독립경영의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별동대'였다. 팀 운영 방식은 이렇다. 우선 반도체 설계에서 생산에 이르는 전 과정을 점검,생산성을 저하시키는 16가지 문제점을 찾아냈다. 개발단계의 경우 3∼4개월 뒤에 쓰일 기술을 제때 개발하지 못하고,설계단계에서는 최초 디자인 설계를 잘못해 제품 양산시기를 늦추는 경우도 40%나 되는 것 등이 문제였다. 곧바로 각각의 문제에 대응할 팀이 꾸려졌다. 팀 구성은 설계· 개발·생산분야 등 3개 조직의 인력이 함께 참여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예를 들어 시제품 테스트를 맡는 '온 보드(On Board)'팀은 제품(설계)팀 엔지니어와 기술팀 엔지니어가 팀을 이루도록 한 것.조직 간 연속성을 살려 기술개발과 생산을 최적화하기 위해서다. 그러기를 6개월.TTMV팀의 활동 성과는 서서히 나타났다. 지난 1분기 8173건에 달했던 웨이퍼 불량건수는 이번 분기들어 4904건으로 크게 줄었다. 고객사의 불만건수도 올해 초에 비해 50%가량 줄었다. 뿐만 아니다. 신제품 설계 및 개발기간도 절반가량으로 단축됐다. 소형 디스플레이 구동칩(DDI)의 경우 과거 양산까지 최대 1년 이상 걸리던 것에서 3개월로 줄었다. 목표 수율 달성기간도 과거 6개월에서 4개월로 대폭 줄어들었다. 황태영 매그나칩 부사장은 "TTMV팀 활동으로 오는 4분기에만 60억원의 이익을 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청주=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