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유명 대학에 입학시키려면 캐나다보다 싱가포르가 더 낫다면서요." 25일 오후 해외유학·이민박람회가 열린 서울 삼성동 코엑스 태평양홀. 캐나다 중학교에 아들(14)을 유학보낸 가정주부 김 모씨(45·분당구 정자동)는 싱가포르 유학상담부스를 찾았다. 김씨는 "싱가포르에서 교육을 받으면 미국에서도 학력을 그대로 인정받아 미국 유명대학으로 진학이 가능하다고 한다"며 "이왕이면 영어 외에도 중국어까지 배울 수 있는 나라가 좋아 싱가포르 중학교에 다시 유학보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해외 유학 및 이민 시장에서 동남아가 뜨고 있다. 미국의 유명 대학 진학과 제2외국어까지 노리는 '브리지(Bridge)유학'이 자녀들의 조기유학을 고려 중인 학부모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하루 2만2000여명이 몰린 행사장에선 조기 유학을 위해 영어사용권이라는 장점과 상대적으로 간소한 이민 절차 등으로 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 국가 상담부스가 성황을 이뤘다. 박람회에 참가한 싱가포르 세인트 프랜시스 국제학교 관계자는 "미국 대학을 위한 SAT 시험을 직접 치를 수 있는데다 영미권 대학으로의 편입이 쉬워 상담을 받는 학부모가 많다"고 전했다. 중학교 1,2학년인 아들과 딸을 동남아권으로 보낼 예정이라는 이 모씨(41·강남구 대치동)는 "싱가포르나 말레이시아는 학비가 영미권에 비해 절반 가량 싸고 거리도 가까워 맘놓고 아이들을 보낼 수 있다"며 "수학이나 과학 한 과목만 잘해도 대학을 보낼 수 있는 시스템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동남아 국가 외에 인도도 새로운 유학지로 부상하고 있다. 행사장을 찾은 이 모씨(45·분당구)는 "태국에서 유학 중인 딸(12)을 인도로 보내기로 마음 먹었다"며 "최근 들어 '19단 외우기'로 인도가 수학교육에 뛰어난 나라로 소문이 난 데다 교육비도 저렴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 관광청의 양지선 과장은 "학부모들 사이에서 동남아 국가들이 미국 대학 진학을 위해 들렀다 가는 브리지 유학국가로 인기가 높다"고 설명했다. 은퇴 후 노후를 즐기기 위해 피지나 말레이시아를 찾는 이민 상담자들도 눈에 띄게 많아졌다. 남미이주공사의 한 관계자는 "휴양을 위해 이주나 이민을 가려는 실버세대들이 최근 들어 수속기간이 3~4개월밖에 걸리지 않는 피지나 말레이시아를 선호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