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들을 왜 범죄인 취급하는가."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기업 및 기업인 때리기가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 기업을 정치력 강화의 볼모로 삼아온 일부 정치인들은 국정감사 기간을 맞아 기업인들을 무차별적으로 국감장 증인석으로 불러내기 시작했다. 일부 시민단체들도 각 정당의 당리당략을 십분 활용하면서 기업에 대한 공격의 고삐를 한껏 틀어쥐고 있다. 기업인들은 "과거라고 다를 바는 없었지만 이젠 기업인들을 흉악범으로까지 내몰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누가 기업을 하려 하겠느냐"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일부 정치인과 시민단체들이 주요 기업의 전·현직 기업인들을 마치 범죄인 다루는 듯한 행태를 보이면서 경제계 전반에 반발 기류가 번져 나가고 있다. 특히 천정배 법무부 장관이 건강상 이유로 해외에 머물고 있는 이건희 삼성 회장이 귀국하지 않을 경우 "국제 사법공조를 취할 수도 있다"고 말한 데 이어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의 "해외 체포조를 만들겠다"는 발언까지 나오자 경제계는 한 나라의 명운을 짊어진 정치인들의 반기업적 시각이 이 지경이었느냐며 혀를 차고 있다. 이 회장에 대한 증인 채택 여부를 놓고 벌어지는 정쟁에 대해서는 이미 비판적인 목소리들이 적지 않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경제학과)는 "이른바 'X파일 사태'의 본질은 국가 공권력이 인권을 침해한 것인데 일부 정치인들이 이를 정략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며 "X파일에 등장하는 이 회장의 내용은 실행 여부와 별개인데,이를 정쟁의 소재로 삼는 현실은 비극"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 외에 김우중 전 대우 회장을 비롯한 대우 전·현직 최고경영자들과 박용오·박용성 두산 전·현직 총수,환경노동위 출석이 예정된 전천수 전 현대자동차 사장(현 현대파워텍 부회장)과 박순석 신안건설 회장,하이트-진로 기업결합 승인 문제에 관련된 박문덕 하이트맥주 회장 등을 무더기로 증인 채택한 부분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조사본부장은 "이미 관계 당국이 조사를 진행 중인 기업인을 불러내 국민들 앞에서 재판하듯이 몰아세우는 것은 실익이 없을 뿐만 아니라 반기업 정서를 더욱 부추길 것이 뻔하다"며 "재계가 올해 투자를 21%나 늘리기로 한 상황에서 기업인들을 줄줄이 증인석에 세울 경우 제대로 투자를 집행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조일훈·김형호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