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와 함께 유로존 3대 경제 대국인 독일과 이탈리아가 신용등급이 강등될 위기에 처했다. 미국 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콘라드 루스 이사는 24일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총회에서 독일과 이탈리아가 지출과 부채를 줄이지 못할 경우 신용등급을 내리거나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바꾸겠다고 경고했다. 루스 이사는 "독일이 12∼18개월 안에 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한 행동을 취하는가를,이탈리아는 도메니코 시니스칼코 재무장관이 사임 전 만든 재정 적자 완화 방안을 그대로 이행하는가"를 지켜본 후 결과가 실망스러우면 등급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현재 독일의 국가 신용등급은 AAA이며 이탈리아는 AA-다. 독일과 이탈리아는 경제가 부진하지만 재정 적자가 너무 많아 경기 부양책을 쓰기도 어려운 처지다. 이 때문에 사회 보장을 줄여 재정의 고비용 구조부터 뜯어고쳐야 하지만 독일의 경우 지난 18일 총선에서 여야 모두 과반수 의석 확보에 실패했고 이탈리아는 재무 장관이 지난 22일 사임해 과감한 개혁 조치를 취하기가 어렵게 됐다. 시니스칼코 전 이탈리아 재무장관은 정부 지출에서 115억유로를 줄이는 기획안을 만들었다가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이를 승인해 주지 않자 사표를 냈다. 이탈리아 재정적자는 올해 국내총생산(GDP)의 4∼5%,내년에는 5∼6%에 달해 유럽연합(EU)이 회원국들에 상한선으로 제시한 GDP 대비 3%를 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S&P는 과도한 공공부채도 두 나라 경제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탈리아의 공공 부채는 지난해 GDP의 106.6%에 달하고,독일의 부채는 67.6%로 이탈리아보다는 사정이 낫지만 AAA 등급을 가진 나라 중에는 최악이다. S&P의 경고는 두 나라의 장기 전망에 먹구름을 더하고 있다. 최근 투자회사 얼라이언스 트러스츠는 각국의 최근 경제성장률을 근거로 2050년이면 독일이 세계 3위 경제국에서 7위로 뒤처지고 현재 선진 7개국 모임(G7)에 간신히 끼어있는 이탈리아는 10위권 밖으로 밀려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투자회사는 대신 중국과 인도가 2,3위로 부상하고 한국도 현재 11위에서 8위로 뛰어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