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이상은 물론 30대만 해도 시골에서 자란 사람은 으레 황토길을 걸어서 통학했다. 특히 중학교에 다니려면 하루 20∼30리 걷는 건 예사였다. 자동차래야 집에서 한참동안 걸어가야 나오는 큰 길에 하루 몇 차례 오가는 완행버스가 고작이었고 그나마 얻어타기가 수월치 않았던 까닭이다. 지금은 어딜 가나 잘 포장된 아스팔트 길이 훤히 뚫려 있고,어지간한 시골길에도 자동차가 빼곡하다. 1985년 5월 100만대였던 자동차 등록대수가 지난 6월 1500만대를 넘어섰다니 왜 그렇지 않으랴.국내의 차를 전국 도로에 한 줄로 세우면 간격이 1.36m로 이탈리아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고도 한다. 시골길도 막히는 판이니 서울은 두말할 것도 없다. 1년 내내 하루 24시간 교통난에 시달리는데다 공기는 밤낮 없이 탁해 숨이 막힐 지경이다.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게 '승용차 요일제'다. 주말과 공휴일을 뺀 월∼금 5일 중 하루만이라도 자동차 운행을 줄임으로써 교통난을 덜고 에너지도 절약하고 대기오염도 줄여보자는 것이다. 시민운동이지만 서울시가 나서서 시영 및 한강둔치주차장 할인,남산 1ㆍ3호 터널 혼잡통행료 감면,공영주차장 우선 주차,주유 및 세차 할인 등 혜택을 부여한 데 이어 자동차세 감면(5%)도 추진중이다. 그 결과 현재 참여 차량은 160만대가 넘는다고 돼 있다. 그러나 거리엔 스티커를 부착하고도 쉬는 날 버젓이 다니는 차가 수두룩하다. 부득이한 사정으로 하루만 운행하는 것일 수도,혜택만 누리겠다는 심사일 수도,원하지 않았는데 누군가 붙여놨으니 알 바 없다는 식일 수도 있다. 결국 서울시가 이런 얌체들을 가려내는 '무선주파수 인식시스템'을 구축,성능시험을 마쳤다는 소식이다. 앞으로는 전자스티커를 발부하고 터널과 도로에 인식기를 설치해 위반 여부를 적발하겠다는 얘기다. 승용차요일제는 어디까지나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뤄져야 마땅하다. 억지로 몰아붙이는 서울시와 지키지 않는 사람들,비싼 돈을 들여 감시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 현실 모두 딱하고 서글프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