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홍콩 중국이 합작한 무협영화 '칠검'(감독 서극)은 장이모우 감독의 '영웅'과 '연인'처럼 정교하게 가공된 무협세계를 다루지는 않는다.눈보라가 이는 설원과 모래바람이 몰아치는 황야를 무대로 야만적인 세상을 그려낸다.
인물들의 복장도 눈부신 색감이나 정제된 디자인의 옷이 아니라 평상복이다.액션 역시 무협물 특유의 과장법에 기대지 않아 한결 사실적이다.
서극 감독이 전작 '황비홍'과 '촉산' 등에서 즐겨 다뤘던 중력을 초월한 고공액션 장면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명검들이 빚어내는 다채로운 액션장면의 착상은 뛰어나다.
특히 두 개의 검이 합쳐질 때 자력을 형성해 새로운 칼싸움을 빚어내는 장면은 신선하다.
영화의 배경은 명나라와 청나라가 교체되는 혼란기다.
악당들이 현상금을 타기 위해 무고한 양민을 몰살시키려고 하자 7인의 영웅들이 양민마을로 뛰어드는 이야기다.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걸작 '7인의 사무라이'(1954년)와 이 작품의 할리우드 리메이크 '황야의 7인'(1960년)의 중국버전인 셈이다.
황금만능주의를 질타하고 지배세력에 대해 민초들의 저항을 부각시키는 주제도 동일하다.
그러나 '7인의 사무라이'의 핵심이었던 싸움의 책략이 이 영화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무사들이 마을사람들과 함께 전략을 짜지 않고 싸움에 임하기 때문에 긴장감이 약화됐다.
명검을 소유한 일곱 영웅의 캐릭터에 대한 묘사도 빈약하다.
가령 영웅 중의 한 명으로 등장하는 여명이 비극적인 개인사를 털어놓는 장면에서는 감정의 비약이 심하다.
상대방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에피소드가 충분히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선족으로 분한 견자단이 김소연과 동포애를 나누는 대목도 마찬가지다.
29일 개봉,15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