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세계 금융자본의 중국 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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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은행업은 WTO 가입(2001년) 당시 약속한 시장개방 일정 중에서 가장 마지막에 남아 있는 분야다.
2007년이 돼야 완전 개방된다.
시장개방을 1년 반가량 앞둔 지금, 중국 은행업계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중국 쓰촨성에 난충(南充)이라는 작은 도시가 있다.
어지간한 지도에는 나오지도 않는 이 도시가 지난 7월 중국 금융계의 주목을 끌었다.
지방은행인 난충시상업은행이 독일 금융회사인 DEG로부터 400만유로(지분 13.3%)의 투자를 유치한 것.독일DEG는 '최고 수준의 선진 금융기법을 전수할 방침'이라고 했다.
작은 지방은행인 난충시상업은행을 선진 금융회사로 키워 시장개방 후 중국진출의 교두보로 삼겠다는 게 독일DEG의 구상이다.
이밖에 상하이상업은행 항저우상업은행 시안상업은행 등 10여개 지방은행이 최근 1∼2년 사이 외국자금을 끌어들였고, 약 10개 지방은행이 투자협상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금융자금은 '부실의 상징'이라는 국유 상업은행에도 투자의 손길을 뻗치고 있다.
증시 상장을 앞두고 있는 중국은행의 경우 스코틀랜드로열은행 투자단이 31억달러(지분 10%), 싱가포르 국영 투자회사인 테마섹이 31억달러,USB가 10억달러를 투자했다.
건설은행 공상은행 역시 각각 약 30억달러의 해외 투자자금을 끌어들였다.
중국 금융업은 막대한 불량채권에다 정부의 엄격한 자금이동 규제 등으로 리스크가 높은 분야로 꼽힌다. 2007년 개방된다고는 하나 보이지 않는 정부규제가 쉽게 풀릴 것으로 보는 전문가는 드물다. 그럼에도 해외 금융자금은 중국으로 몰리고 있다. 급성장하는 중국시장에서 뒤처진다면 세계 시장경쟁에서 밀려날 것이란 인식이 지금 서방의 금융업계에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은행에는 호기다.
각 은행은 해외파트너의 금융 노하우를 흠뻑 받아들이고 있고,국유상업은행은 해외증시 상장 준비에 여념이 없다.
중국의 은행업이 지금 외자의 힘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은행이 바뀌면 중국경제는 모두 바뀐다'는 한 서방 금융전문가의 말이 새삼 떠오른다.
상하이=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