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대기업 사장이 해외 명문 MBA스쿨 졸업생을 채용하려고 현지에 가 보니 삼성이 인재를 '싹쓸이'해 산자부 장관 주재 회의에서 반발했다는 얘기가 있다." '삼성 공화국' 논란에 대한 학생들의 열띤 토론이 끝난 후 조일훈 한국경제신문 산업부 기자의 정리강연이 이어졌다. 물론 철저한 취재담이 강의 골자. "삼성이 인재를 독식할 수 있는 것은 그만큼 자원을 투자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인재경영을 통해 회사를 몇배나 성장시켰으니 삼성 입장에서는 잘한 투자 아닌가. 문제는 소위 논란이 되고 있는 네트워크 구축용 인재 유치에 있겠는데 이는 외부에 대한 공세라기보다는 내부 보호라는 측면도 적지 않았다고 봐야할 것이다. 그룹 내부에서도 여기에 대해서는 실수를 인정하는 분위기이고…." 총수일가가 순환출자 방식을 통해 4.4%가량의 지분으로 그룹을 장악하는 것은 문제라는 질문에 대해 조 기자는 "순환출자 시스템이 나온 경과와 배경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며 그동안의 자본 흐름을 칠판에 그림을 그려가며 설명했다. "삼성의 출자구조는 외부 경영환경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생긴 파생물이라고 보는 게 옳다. 이 회장은 자동차 사업의 실패에 책임을 지고 삼성생명 400만주를 채권단에 넘겼고 이것이 결과적으로 순환출자 구조로 연결됐다. 삼성이 고의적으로 이 같은 구조를 만들었다고 보는 것은 무리 아닐까. 삼성의 부채비율이 51%에 불과하다는 점도 생각해보자." 열혈 학생들과 노련한 기자의 치열한 논리 싸움이 강의 내내 이어졌다. 조 기자는 "얼마 전 친분 있는 삼성의 한 사장님을 만났을 때 '우리는 지금 사면초가(四面楚歌)가 아닌 삼십육면초가(三十六面楚歌)에 처했다. 하루하루가 지옥같다'는 하소연을 들은 적이 있다"며 "기업에 대한 비판은 좋지만 매도하는 태도는 자제해야 한다"고 주문하는 것으로 강의를 마쳤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