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오후 1시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 있는 영등포병원 옥상.점심 식사를 끝낸 환자들이 가족과 함께 오붓하게 산책을 즐기고 있다.


이 병원 옥상에는 꽃과 나무로 뒤덮인 정원이 조성돼 있다.


정원 가운데에는 반달 모양으로 울퉁불퉁한 발바닥 지압로가 설치돼 운동 삼아 걸을 수 있다.


이 병원에 입원한 정모씨(54)는 "마치 숲속에 있는 것 같아 건강이 훨씬 빨리 나아지는 듯하다"고 말했다.


병원 관계자는 "옥상정원에 대한 환자들의 반응이 기대 이상이다.


덕분에 병원을 찾는 환자 수도 늘어났다"며 흡족해했다.


도심 속 황량한 건물 옥상에 흙을 깔고 꽃과 나무를 심어 만든 '옥상정원'이 해당 건물의 경제적 가치를 크게 높이고 있다.


옥상정원이 인근 주민들이 자주 찾는 명소로 떠오르면서 건물의 시세가 덩달아 뛰고 있는 것.


중소병원인 영등포병원은 환자들이 대형병원으로 몰리면서 경영상 어려움을 겪었지만 2002년 12월 옥상정원을 조성한 후 환자 수가 이전에 비해 20%가량 증가했다.


김한근 관리이사는 "인근 비슷한 규모의 병원 4곳 가운데 우리 병원만 경영 상태가 안정적"이라며 "옥상정원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 셈"이라고 말했다.


양천구의 한 학원은 2003년 옥상에 정원을 꾸민 뒤 건물 시세가 정원 조성 전보다 30% 가까이 올랐다.


학원 관계자는 "옥상정원 덕에 수강생 수가 꾸준히 늘어났다"며 "건물 가치도 높아져 1석2조의 효과를 얻었다"고 만족해했다.


지난해 옥상정원을 만든 구로구 A유치원도 원생들에게 정원이 놀이동산이자 자연학습장으로 활용되면서 인기 만점이다.


인근 부동산업소 관계자는 "유치원 건물이 주변의 '명물'로 떠오르면서 시세가 전보다 20%가량 올랐다"고 전했다.


상가 건물의 경우 옥상정원을 방문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매장까지 이어지면서 매출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


구로구 상가건물 옥상에 정원을 만든 건물주 전모씨는 "극심한 경기침체로 다른 상가는 손님이 급격하게 줄어들었지만 우리 상가 업소들은 오히려 매상이 증가하고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대형 백화점들도 쇼핑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앞다퉈 옥상정원 조성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개장한 신세계백화점 본점 신관은 11층 옥상에 '스카이 파크'를 만들어 고객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과 천호점을 찾는 쇼핑객들은 옥상에서 공원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롯데백화점도 내년 4월 일산점 옥상에 '생태공원'을 개장할 계획이다.


서울시내에 이 같은 옥상정원은 서울시청 별관 초록뜰을 비롯 유네스코회관 고려대 등 30여개 건물에 총 3000여평 규모가 조성돼 있다.


시는 건물 옥상에 꽃과 나무를 심어 정원으로 꾸미는 옥상 녹화 사업에 참여할 경우 해당 건물주에게 사업비의 50%를 지원하고 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