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의 예금보험공사 국정감사장.국회의원들의 질의가 끝난 뒤 박종근 위원장은 최장봉 예보 사장에게 한마디를 던졌다. "이봐요,앞으로 국회의원들의 질의에 대해 똑똑히 답변하세요. 무슨 기관장이 국회의원들보다 내용을 더 파악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라고 질타했다. 모호한 답변으로 일관하던 최 사장에 대한 답답한 심정을 표현한 것이다. 민간인 출신으로는 처음 예보 사령탑에 앉은 최 사장의 첫 국감 성적표는 기대에 크게 못미쳤다는 게 중론이다. 국회의원들에게 난타당한 최 사장의 얼굴은 국감이 끝난 오후 9시께 이르러서는 완전히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공적자금 투입 은행에 대한 처리 문제,잠재부실이 커져가고 있는 상호저축은행과 신협 문제,삼성자동차 부실책임 문제 등 어느 하나 시원스레 답변을 하지 못한 것. 우리은행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답변이 특히 그랬다. 외국자본의 은행 인수를 더 이상 용납하지 않아야 한다는 데 여야 의원들의 의견이 일치했고 황영기 우리금융지주 회장까지도 정부와 예보가 결정해준다면 국내 투자자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힌 마당이었다. 그럼에도 최 사장은 "공적자금을 최대한 회수할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는 원론적 대답에 그쳤다. 여야가 '우리은행 해외매각 반대'로 접점을 찾은 문제에 대해서조차 '립 서비스'도 하지 않은 것. 최 사장은 우리은행 직원들의 성과급 과다지급 지적에 대해서도 "상황을 파악해 처리하겠다"고 답변했다가 여당 의원으로부터 심한 추궁을 당하기도 했다. 이런 질의와 답변을 12시간 가까이 듣고 있어야 했던 예보 직원들조차 답답해 하는 분위기였다. 한 예보 직원은 "공부도 많이 하고 준비도 많이 했다고 들었는데 왜 저러시는지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러다보니 작년 국감 때 관료출신 전임 사장이 국회의원들의 잘못된 지적에 대해 당당히 반론을 펴던 모습과 비교된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주요 공기업의 첫 민간인 CEO로 부임한 최 사장이기에 그의 '국감 부진'에 대한 예보 안팎의 안타까움은 더 큰 것 같다. 김용준 경제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