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부실답변' 질타당한 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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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의 예금보험공사 국정감사장.
국회의원들의 질의가 진행되던 중 박종근 위원장(한나라당)은 최장봉 예보 사장에게 한마디를 던졌다.
"앞으로 국회의원들의 질의에 대해 똑똑히 답변하세요. 기관장이 국회의원들보다 내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라고 질타했다.
모호한 답변으로 일관하던 최 사장에 대한 답답한 심정을 표현한 것이다.
민간인 출신으로는 처음 예보 사령탑에 앉은 최 사장의 첫 국감 성적표는 기대에 크게 못미쳤다는 게 중론이다.
공적자금 투입 은행에 대한 처리 문제,잠재부실이 커져가고 있는 상호저축은행과 신협 문제,삼성자동차 부실책임 문제 등 어느 것 하나 시원스레 답변을 하지 못한 것.
우리은행 처리에 대한 답변이 특히 그랬다.
외국자본의 은행 인수를 용납하지 말아야 한다는 데 여야 의원들의 의견이 일치했고 황영기 우리금융지주 회장도 정부와 예보가 결정해준다면 국내 투자자 유치에 나서겠다고 밝힌 터였다.
그럼에도 최 사장은 "공적자금을 최대한 회수할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
다양한 방안 중 하나로 검토해 보겠다"는 원론적 대답에 그쳤다.
여야가 '우리은행 해외매각 반대'로 접점을 찾은 문제에 대해서조차 '립 서비스'도 하지 않은 것.
최 사장은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들의 접대비 과다사용 문제를 처리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상황을 파악해보고 처리하겠다"고 자신감 없이 답변했다가 여당 의원으로부터 심한 추궁을 당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예보 주변에서는 "학자 출신인 최 사장이 처음 국감에 임하다보니 상당히 위축됐던 것 같다"며 이해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업무는 파악했지만 국회나 정부 등과 원활히 의사소통을 해야 하는 덕목은 아직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예보 임원들도 CEO를 제대로 보좌하지 못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동안 재경부가 독식해오던 금융 공기업에 첫 민간인 CEO로 부임한 최 사장이기에 그의 '국감 부진'에 대한 안타까움은 더 큰 것 같다.
김용준 경제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