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월 어느 일요일.혼자 사는 직장인 박명수씨(30)는 한 주간의 먹거리 구입을 위해 할인점을 찾았다. 쇼핑 카트에 설치된 터치스크린을 통해 자신의 회원 번호를 입력하고 매장 안으로 들어서자 모니터에는 '쇼핑 도우미'가 등장해 박씨가 자주 구입하는 품목의 위치와 최적 동선을 알려 준다. 매대에서 우유를 집어 카트에 넣으니 모니터에 우유를 짜 낸 목장과 가공·생산 이력 유통기한 등이 뜬다. 20분간 쇼핑 후 물건이 가득 담긴 카트를 끌고 계산대 앞으로 향한다. 하지만 박씨는 줄을 서서 기다릴 필요가 없다. 카트를 밀고 계산대를 통과하기만 하면 자동으로 가격 집계가 되고 대금은 전자창에 사인만 하면 회원 번호와 연계된 신용카드로 지급된다. 조만간 우리 앞에 펼쳐질 '지능형 할인점'에서의 쇼핑 모습이다. 할인점에 RFID 기술이 접목되면 상상 속에서만 가능했던 편리한 전자 쇼핑이 우리 생활 속으로 깊숙이 들어오게 된다. 할인점 업계에서는 삼성테스코 홈플러스가 이 기술 도입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 회사는 산업자원부와 공동으로 시범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1월부터 시작된 1차 시범사업에서 'RFID 쇼핑카트'를 현장에 시험 적용했다. 권구포 삼성테스코 정보시스템개발팀장은 "궁극적으로는 개별 상품에까지 RFID 태그를 붙여 통합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이지만 일단 현재의 기술 수준을 감안해 할인점에 당장 적용 가능한 기술이 무엇일까를 고민한 결과 쇼핑 카트에 RFID 태그를 부착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홈플러스 서초점에서 실시된 실험에서는 고객들이 전자 태그가 부착된 쇼핑 카트를 끌고 다니면 매장 곳곳에 설치된 인식기를 통해 중앙 시스템이 고객 동선과 매장 혼잡도를 수집하고 집적했다. 회사는 이를 통해 매장의 배치를 효율적으로 가져갈 수 있는 기본 데이터를 수집하는 성과를 얻었다. 삼성테스코는 RFID 기술을 CRM(고객관계관리)에 적용하는 것은 세계 할인점업계 최초라고 소개했다. 외국에서는 할인점들이 이 기술을 물류 관리에 주로 활용하고 있다. 다국적 할인점 월마트의 경우 100여개 공급 업체들이 납품할 때 제품 묶음별로 RFID를 부착해 검품과 재고 정리가 쉽도록 하고 있고 일본에서는 RFID 태그를 식품 분야의 유통기한 관리에 활용하고 있을 뿐이다. 반면 홈플러스의 시스템은 매장에서 쇼핑하는 고객의 위치를 검출하고 이동 경로를 파악한 후 생성되는 데이터와 매출 정보를 고객 정보와 결합시켜 효율적인 매장 관리와 고객 관리를 가능케 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 회사는 1차 시범사업에서 겪은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향후 더욱 성능이 강화된 'RFID 쇼핑카트'를 개발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인식 기간의 거리와 적정 주파수 등 최적화된 정보수집 설비를 구성하고 관련 데이터를 가공,분석하는 시스템도 더욱 업그레이드한다는 방침이다. 홈플러스의 이 같은 시범 사업에는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리테일테크와 순수 국내 기술의 RFID 장비 제조업체 H&T가 동참하고 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