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글로벌 로드쇼가 열린 26일 오후 6시(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타임워너센터. 3층에 있는 전시장은 초만원이었다. 방문객들은 세계 최대 크기인 102인치 PDP TV와 82인치 LCD TV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거나,기능과 디자인이 다른 휴대폰과 MP3 및 포터블 미디어 플레이어를 작동해보기도 했다. 4도어 컨버터블 냉장고 등 미래형 제품을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보는 사람도 있었다. 이들은 "상상할 수 있는 전자제품은 다 있는 것 같다(서킷시티 관계자)"며 한결같이 놀랍다는 반응이었다. 이어 글로벌 로드쇼가 열렸다. 윤종용 부회장의 기조연설과 영화 '스타트랙'의 주연을 맡았던 윌리엄 새트너의 삼성제품 소개 등으로 진행된 로드쇼는 '첨단과 감성'이 조화를 이뤄 삼성이 추구하는 것을 생생하게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행사에 참석한 사람은 400여명.절반 이상은 미국 유럽 캐나다 남미 등에서 초청된 기자들이었지만,통상 칭찬에 인색한 그들 역시 "어려움에 처한 소니와는 대조적으로 삼성이 승승장구할 수 있는 비결을 엿볼 수 있었던 자리였다"고 후한 점수를 줬다. 윤 부회장은 로드쇼에 앞서 월스트리트저널의 편집진과 비공식 간담회를 가졌다. 삼성전자의 성장 비결 등에 대해 문답이 오간 뒤 "디지털 컨버전스시대에 신문업이 나아갈 방향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윤 부회장은 "내 영역 밖의 문제"라면서도 "10대의 행동양식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통찰력에 감사한다"는 인사를 받았다는 후문이다. 삼성전자가 월스트리트저널에 한 수 훈수를 한 셈이다. 이렇게 삼성은 해외에 나오면 세계적 기업으로 인정받지만,정작 국내에선 이른바 'X파일'문제 등으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한다. 삼성에도 책임이 있다거나,과거 일이라도 무조건 면죄부를 줘선 곤란하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러나 삼성의 위상과 평가,대우가 해외와 국내에서 너무 차이나는 것은 확실히 비정상적이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이러다간 삼성이 해외로 이전하는 것 아니냐"는 한 지인의 농담이 현실화 될까봐 하는 얘기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