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실크로드 되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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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동·서양을 잇는 옛 실크로드(비단길) 재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는 급증하는 교역물량과 에너지를 실어 나르는 안정적인 수송로를 확보,물류비를 절감하는 것과 함께 실크로드가 지나가는 카자흐스탄과 러시아 폴란드 등 인근 국가들과의 친선 및 영향력을 확대하는 중국의 다목적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에서 유럽으로 수출되는 물품을 수송하는 트럭 행렬이 베이징을 떠나 옛 실크로드를 따라 벨기에의 브뤼셀을 향해 출발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27일 보도했다.
베이징을 출발한 트럭들은 카자흐스탄의 아스타나,폴란드의 바르샤바,독일의 베를린 등을 거쳐 내달 17일 브뤼셀에 도착할 예정이다.
중국은 이어 내달 2일에는 중부지역 산시성 시안에서 인도로 이어지는 실크로드를 43년 만에 재개통,교역로로 활용할 계획이다.
중국은 1962년 인도와의 국경분쟁으로 끊겼던 이 실크로드를 재개통하는 것에 맞춰 티베트와 인도의 시킴주 사이 접경 지역에 있는 나투라 교역센터를 다시 가동하기로 인도측과 합의를 본 상태다.
중국이 이처럼 실크로드 재건에 열을 올리는 것은 1차적으로 경제적인 효과가 막대하기 때문이다.
당장 안정적인 에너지 및 물자 수송로를 확보함으로써 유럽으로 가는 물품 운송비를 20% 정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반관영 통신사인 중국신문사는 전망했다.
이와 관련,중국은 중앙아시아로 통하는 관문인 신장자치구에 향후 20년간 2000억위안(약25조원)을 투자,도로 길이를 15만km로 확장할 계획이다.
신장은 몽골 등 8개국과 접경하고 있는 요충지다.
중국은 이 같은 계획을 통해 말라카 해협에 주로 의존하고 있는 중국의 원유 도입로를 분산,중앙아시아는 물론 중동으로부터 원유를 안전하게 수송할 수 있는 루트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은 또 실크로드 주변 낙후 지역의 경제를 육성하는 것과 함께 카자흐스탄 폴란드 등 주변국가에 대한 영향권을 확대하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중국은 이 프로젝트를 활성화하기 위해 국제도로운송연맹(IRU) 및 유엔 아시아·태평양 경제사회이사회(ESCAP) 등과 공동 보조를 취하고 있다.
또 올해부터 유엔개발계획(UNDP) 및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4개국과 '실크로드 지역 간 협력 프로젝트'를 실천하기 위한 전략적 대화 채널을 가동하는 등 국제공조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전문가들은 "실크로드의 옛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서는 화주가 지불하는 운송비를 각국이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 등 해결해야할 문제도 적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 1992년 장쑤성의 롄윈항에서 네덜란드의 로테르담까지 철도를 통해 물품이 운송된 적이 있으나 국가별 운송비 배분과 서로 다른 철도 궤도폭 등 여러 문제에 부딪혀 이후 유명무실됐던 것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