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과거 분식회계 사실을 '고해성사'할 경우 감리를 면제키로 한 금융감독당국의 방침을 둘러싸고 뒤늦게 논란이 일고 있다. 27일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이 일제히 감리면제가 부당하다고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분식회계로 인한 민·형사상 책임까지 면제하는 건 아니다"고 해명했으며,기업들은 '또다른 기업 때리기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채수찬 의원(열린우리당)은 "기업의 회계 투명성을 높이고 투자자 보호에 만전을 기해야 할 금융감독위원회가 오히려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과 기업회계기준을 위반하면서 과거 분식을 눈감아주고 있다"며 "감리면제 방침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채 의원은 또 "감리 면제의 근거가 되는 금감위의 외부감사 규정은 상위법인 외감법에 정면으로 위배되며 헌법이 부여한 국회의 입법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현미 의원(열린우리당)도 "금감위의 감리면제 방침은 과거분식이 어떻게 해소됐는지에 대한 정확한 경위 파악을 가로막아 분식 해소를 위해 저지르는 '역분식'을 허용할 우려가 있다"며 "두산그룹의 경우도 박용오 전 회장의 폭로가 없었다면 감리면제 조치로 인해 선의의 피해자가 다수 발생할 수 있었던 것 아니냐"고 따졌다. 이명규 의원(한나라당)도 "감리면제가 객관적 기준 없이 금감위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며 "감리면제의 객관적 조건을 외부감사 규정에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외부감사 규정은 외감법에 근거해 제정된 것"이라며 "과거 분식을 수정한 경우 한시적으로 행정권의 행사를 유예함으로써 조기에 회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해명했다. 그는 또 "감리면제와는 별개로 민·형사상 소송은 가능하다"며 "감리면제가 곧 과거분식에 대한 전면 사면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윤증현 금감위원장도 이날 국정감사장에서 "비자금 조성혐의를 받고 있는 두산산업개발에 대해서는 검찰 조사 이후 곧바로 감리에 착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 3월 금감위의 감리면제 방침이 확정된 이후 6월 말까지 과거분식을 자진공시한 기업은 모두 27개사에 달한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