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펀드 조성 ‥ 에너지산업 해외진출 방안을 보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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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시중 부동자금을 해외유전 개발에 끌어들이고 석유공사를 동북아 메이저 에너지기업으로 육성하는 것을 겨냥한 '에너지산업 해외진출 활성화 방안'을 내놓았다.
에너지 안보를 위해서는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지만 공공자금 증액만으로 조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유전 펀드를 통해 민간 자금을 적극 유인하겠다는 것이다.
또 자원개발 전문회사를 석유공사 자회사로 설립하는 등 석유공사의 덩치를 키워 중국 등의 원유 광구 '싹쓸이' 움직임에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산업자원부는 이를 위해 유전펀드에 세제 지원과 원금 보장을 해주는 방안을 관계부처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도 적지 않고 세수 부족에 시달리는 정부가 에너지 투자자금을 쉽게 늘릴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해외 유전사업 틀 바꾼다
정부는 에너지 확보사업이 국가 간 '자금력 싸움'이라는 인식 아래 대규모 자금 투입을 준비하고 있다.
2013년 원유자급률 18%를 위해 8년 동안 모두 16조원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이를 위해 에너지 특별회계 등 정책 자금도 늘리고 원유 펀드를 통해 시중 자금도 끌어들이겠다는 얘기다.
오영호 산업자원부 자원정책실장은 "원유 펀드로의 자금 유입을 촉진하기 위해 배당소득 분리과세 또는 비과세 등의 세제혜택을 주기로 재정경제부와 어느 정도 얘기를 마쳤다"고 밝혔다.
정부는 유전사업도 유전광구 탐사 위주에서 유전광구 매입 및 외국 자원개발회사 인수·합병(M&A)을 동시에 진행하는 공격적 전략으로 바꿨다.
1억배럴 규모의 광구를 매년 5개씩 8년간 40개 사들이고 광구를 이미 확보하고 있는 외국 자원개발회사도 인수하겠다는 것.
◆석유공사 '세계 톱 50'으로 육성
현재 석유공사는 자산이 1조1000억원 수준에 그쳐 세계 무대에서 에너지 기업으로 100위권에도 들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이런 석유공사를 2008년께는 자산규모 4조원 수준으로 키우고 동북아 최대 및 세계 50위권 회사로 성장시켜 나간다는 방침이다.
방법은 공공 및 민간에서 확보한 자금을 석유공사에 몰아주는 것이다.
이 자금을 바탕으로 세계 곳곳에서 유전광구를 확보해 나가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석유공사는 각국 광구별로 별도 관리회사를 각각 세워 운영한다.
원유 판매가 시작되고 광구의 전체 자산이 4조원 규모에 이르는 2008년이나 2009년께는 광구별 관리회사를 통합해 자원개발 전문회사로 묶기로 했다.
석유공사의 자원개발 전문인력은 현재 290명에서 2013년에는 1200명 수준으로 확충된다.
◆유전펀드 메리트 있나
정부는 유전펀드를 매년 2000억원 안팎 규모로 꾸준히 내놓을 예정이다.
1호 펀드는 내년 상반기 2000억∼3000억원 수준에서 자금이 모집되며 경제성이 어느 정도 확보된 베트남 15-1광구에 주로 투자될 전망이다.
이 광구는 석유공사와 SK가 23%의 지분을 갖고 있으며 매장량은 7억5000만배럴로 추정되고 있다.
석유공사와 SK는 1호 펀드가 조성되면 이 광구의 지분 중 일부를 양도하게 된다.
주봉현 산자부 자원정책국장은 이와 관련,"유전펀드는 고위험·고수익 투자상품이지만 1호 펀드에는 상당한 수준의 혜택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예컨대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 세제혜택은 물론 원금을 100% 보장해 주는 방안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원금이 100% 보장되면 수익률은 연간 6% 안팎이 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재경부에선 투자상품 중 수익률이 보장되는 상품은 없다며 이 같은 구조에 난색을 표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