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일본 총리가 총선에서 압승(壓勝)한 여세를 몰아 대대적인 경제 개혁 작업에 착수했다고 한다. 이른바 잃어버린 10년으로 불리는 긴 불황의 터널을 빠져나오기 시작한 일본경제가 이를 계기로 더욱 빠른 회복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인데다 한국 경제에 대한 시사점 또한 적지 않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고이즈미 개혁의 핵심은 작은 정부를 실현하고 이를 통해 민간경제의 활력을 회복하자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우선 공무원 숫자를 대폭 줄이기로 했다. 현재 약 33만명(우정공사 자위대 제외)인 국가공무원을 향후 5년 동안 10% 줄이고 308만명에 이르는 지방공무원 역시 4.6% 감축키로 했다. 이와함께 연금 축소 및 세제 개혁 등을 병행해 오는 2010년대엔 만성적 재정적자를 탈피한다는 복안이다. 또한 고이즈미의 숙원사업이던 우정공사 민영화는 내달이면 관련법안이 통과될 것이 확실시된다. 국영 우정공사는 오는 2007년부터 단계적으로 지주회사와 4개의 자회사를 두는 조직으로 재편될 예정이어서 경영효율 제고에 대한 기대가 높다. 일본정부는 규제개혁에도 적극적이어서 내년까지 약 1100개 항목의 규제를 풀 예정이다. 어떻게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려는 취지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우리는 어떠한가. 공무원 수는 이 정부 들어서만 2만3000여명이 늘어났고 증원에 따른 인건비 초과지출액도 1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세수(稅收)가 부족하고 나라빚이 급증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재정지출을 해마다 크게 늘리는 등 작은 정부와는 거리가 멀다. 공기업민영화도 일본과는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참여정부가 출범한 이래 한국전력 가스공사 등 민영화 대상기업의 지분매각이 줄줄이 보류(保留)됐다. 민영화 보류는 국감에서 연일 드러나고 있듯 온갖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낳았을 뿐 아니라 낙하산 인사 등을 통해 정부 입김만 강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지적이 일반적이다. 규제완화와 관련해 거듭된 지적에도 불구하고 출자총액제한제도나 수도권공장건설 억제 등은 개선될 기미조차 없다. 물론 우리 정부도 개혁을 부르짖기는 일본에 못지않다. 그러나 그 내용은 과거사 정리나 기업 옥죄기 등 앞을 내다보는 일본과는 정반대다. 급피치를 올리고 있는 일본의 개혁정책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지 곰곰 생각해 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