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강성 노조가 달라지고 있다. 임금 인상과 복지 확대를 주장하기는커녕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노동시간 연장과 임금 삭감을 동시에 수용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유럽 최대 자동차업체인 독일 폭스바겐 노사는 독일 볼프스부르크 공장 노동자들이 1주일에 6.2시간 더 일하고 봉급은 20% 적게 받는 대신 신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독일 볼프스부르크 공장에서 생산키로 합의했다고 블룸버그가 28일 보도했다. 폭스바겐은 이에 따라 신차 생산비가 대당 850유로(약 106만원) 절감되고 볼프스부르크 공장 노동자를 포함,독일 내에서 1000명의 고용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신형 SUV를 생산할 노동자들은 2600유로(약 323만원)의 월급을 받고 주당 35시간 일하게 된다. 폭스바겐은 포르투갈 파멜라 공장의 생산 원가가 독일보다 대당 1000유로(약 124만원) 적게 들어 당초 포르투갈에서 소형 SUV를 생산하려 했으나 노조의 양보로 이같이 합의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볼프스부르크 공장은 폭스바겐 본사가 있는 공장으로 공장노동자 2만명을 포함,총 5만명이 일하고 있다. 노조의 이 같은 양보는 회사 경영 상황이 점차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옛 서독 지역 기업의 인건비는 덴마크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반면 폭스바겐은 지난해 순이익이 7억1600만유로로 전년보다 28% 급감하고 세계시장 점유율도 2003년 12.1%였던 것이 지난해에는 11.5%로 떨어지는 등 경영실적이 악화되는 추세다. 여기에는 높은 인건비가 주요 원인의 하나로 꼽힌다. 폭스바겐의 인건비는 경쟁사에 비해 적어도 20%는 높은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채권전문 중개업체인 캔터피츠제럴드의 스테판 포프 런던리서치센터장은 "폭스바겐 노조의 이번 결정은 이 회사의 부활을 원하는 독일,독일 경제의 회복을 바라는 유럽 모두에 좋은 소식"이라고 평가했다. 폭스바겐은 노사가 오는 2011년까지 노조원의 고용을 보장하는 대신 28개월간 임금을 동결키로 지난해 말 합의하는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