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당국과 영국계 헤르메스펀드가 삼성물산 주가조작 혐의를 둘러싸고 또 다시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이 지난 26일 국정감사에서 "헤르메스가 비공식적으로 네고(협상)를 요구해왔지만 거절했다"고 밝히자 헤르메스측이 "사실과 다르다"며 이를 반박하고 나선 것. 헤르메스는 28일 보도자료를 통해 "헤르메스는 삼성물산 주가조작 혐의를 인정한 적이 단 한번도 없으며 이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일관되게 취해온 입장"이라고 밝혔다. 헤르메스 홍보대행사인 J&A의 임현정 부장도 "금융감독원의 조사를 받을 당시 법무법인을 통해 원활한 해결을 위한 협의를 한 적은 있지만 '잘못을 했으니 봐달라'고 요구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토니 왓슨 헤르메스 대표도 지난 8월 본지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우리가 입수한 모든 증거를 철저히 검토한 결과 헤르메스의 한국담당 펀드매니저가 한국의 증권거래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믿는다"고 언급했었다. 이에 따라 윤 위원장이 국정감사에서 밝힌 '헤르메스 네고설'의 배경과 그 내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윤 위원장의 발언은 국정감사에서 열린우리당 김현미 의원이 금융당국의 헤르메스 제재에 대해 '삼성 비호설'을 제기하면서 비롯됐다. 김 의원은 당시 "헤르메스가 죄가 있다면 지배구조가 취약한 삼성물산 주식을 사서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했다는 것"이라며 '금융당국이 삼성을 편든 것 아니냐'고 따졌다. 이에 대해 윤 위원장은 "헤르메스의 행태는 삼성물산이 아니라 다른 회사라도 검찰 고발 대상이 됐을 것"이라며 "헤르메스가 비공식적으로 네고를 요구해왔지만 이를 거절하고 제재했다"고 답변했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