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란군 치섬이 국가안보기관에서 'NAM-37'이라는 바이러스를 빼돌려 퍼뜨린다. 마을은 격리되고 주민은 물론 치섬의 부하들도 속속 사망한다. 면역학자 맥크라렌은 생화학연구소에 잠입,해독제를 만들어보려 하지만 소용없던 중 우연히 인근 산의 야생화에 해독성분이 든 걸 발견,군 헬기로 꽃잎을 뿌려 사람들을 구한다.' 영화 '패트리어트(The Patriot)'는 화학전의 끔찍함과 함께 현대과학으로 해결할 수 없는 신비한 힘이 다름 아닌 자연에 있음을 보여준다. 온갖 방법을 동원해도 찾아낼 수 없던 항바이러스 성분이 인디언 후손들이 평소 즐겨 마시던 붉은 꽃잎차 속에 들어 있었던 것이다. 영화 속 내용이야 과장됐다 치고 야생화는 실제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각종 효능을 지닌다. 가을이면 우리 산 어디에나 피는 구절초(九節草) 역시 마찬가지다. 구절초는 가을에 피는 들국화 중 으뜸으로 꼽히는 우리 꽃이다. 5월 단오엔 줄기가 다섯 마디,9월 중양절(음력 9월9일)이면 아홉 마디가 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꽃은 9~10월에 피고 보통 흰색이지만 붉은 빛이 도는 것도 있다. 개미취 쑥부쟁이 개망초와 비슷해 보통 소국(小菊)으로 통하지만 잎 가장자리가 갈라지고 줄기 끝에 여러 송이의 꽃이 피는 다른 것들과 달리 한 송이만 피는 게 특징이다. 흰 꽃잎이 신선보다 돋보인다 해서 선모초(仙母草)라고도 불린다. 꽃으로 술도 빚고 차도 끓이고 화전도 붙인다. 한방에선 꽃이 달린 풀 전체를 말려 부인병 위장병 중풍 치료와 보혈강장 등에 쓴다. 구절초 삶은 물로 머리를 감으면 비듬이 없어지고 말린 꽃을 베개 속에 넣고 자면 장수한다고도 할 만큼 쓰임이 다양하다. 우리 산 어디서든 볼 수 있지만 공주 영평사에선 중양절 전후에 구절초 축제를 연다. 꽃차 끓이기와 화전부치기,산사음악회,시낭송회,사진전 등이 마련된다. 봄꽃이 싱그럽고 여름꽃이 화사하다면 가을꽃은 청초하다고 한다. 여름내 더위와 고단한 세상사에 시달린 몸과 마음을 가을 산사의 구절초 꽃과 차로 달래보는 것도 괜찮을 성 싶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