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세계경제포럼(WEF)이 한국의 올해 국가경쟁력 순위를 29위에서 17위로 12단계 끌어올렸다. 그러나 지난해 11단계 추락했던 한국의 국가경쟁력 순위가 1년 만에 다시 10단계 이상 뛰어 오르는 등 편차가 너무 심해 조사의 신빙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WEF는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둔 국제 민간기구로 매년 '다보스 포럼'을 주최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갑자기 높아진 국가경쟁력 WEF는 28일 발표한 '2005년 국가경쟁력 평가보고서'에서 한국의 국가경쟁력 순위를 독일(15위)과 뉴질랜드(16위)에 이어 조사대상 117개국 가운데 17위로 평가했다. 지난 2000년 28위에 그쳤던 한국의 순위는 △2001년 23위 △2002년 21위 △2003년 18위 등으로 꾸준히 상승하다 지난해 29위로 급락했었다. 한국의 순위가 크게 뛰어오른 것은 인터넷서비스 경쟁력(3위)과 인터넷 사용자수(3위) 등으로 구성된 기술지수가 9위에서 7위로 상승한 데다 향후 경기전망 등을 담은 거시환경지수가 35위에서 25위로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재정경제부는 분석했다. 국가별로는 핀란드가 3년 연속 1위를 지켰고 미국 스웨덴 덴마크 등이 뒤를 이었다. 아시아국가 중에는 대만이 4위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고 싱가포르(6위) 일본(12위) 등이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홍콩은 21위에서 28위로 7계단 뒤로 밀렸고 중국도 46위에서 49위로 뒷걸음질쳤다. 인도는 55위에서 50위로 5단계 상승했다. ◆정부 항의 효과봤나? 지난해 WEF가 한국의 국가경쟁력 순위를 11단계나 하향 조정하자 정부는 조사의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며 전방위 압박을 가했었다. 이헌재 당시 경제부총리는 "WEF의 발표가 춤을 춘다. 과연 공신력 있는 기관이 이렇게 할 수 있는 건지 모르겠다"고 공식적으로 불만을 터뜨렸고 윤증현 금감위원장은 설문 대상인 국내 기업인 1000여명에게 서한을 보내 금융관련 제도개선 사항을 설명하는 등 대응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했다. 민간연구소 관계자는 "한 나라의 경쟁력이 1년 새 갑자기 좋아질 리가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결과적으로 정부의 항의가 효과를 본 셈"이라며 "그만큼 WEF의 국가경쟁력 순위는 미심쩍은 구석이 많다"고 말했다. 아랍에미리트(16위) 카타르(19위) 에스토니아(20위) 등이 홍콩(28위)과 프랑스(30위)보다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이나 이탈리아가 남아프리카공화국(42위) 튀니지(40위) 라트비아(44위)보다 못한 47위에 그친 것 등도 신뢰성을 의심케 한다는 지적이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