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마켓 구영배 사장(40)은 사내에서 '구 대리'로 불린다.


평사원처럼 격식을 차리지 않는 데다 일 하나만큼은 마치 '대리'처럼 몸을 사리지 않고 일하는 것을 빗대 붙인 별명이다.


지독한 일벌레인 그는 매일 아침 8시께 출근해 밤 9시를 넘겨야 퇴근한다.


술은 입에도 못 대고 특별한 취미도 없어 직원들과 자주 어울리지는 못하는 편이다.


하지만 인상에서 풍기듯 직원들은 구 사장을 어려워하지 않고 격의 없이 대한다.


신입 사원이든 콜센터 상담원이든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누구나 사장실 문을 두드린다.


그 역시 의문 사항이나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담당 직원을 부르지 않고 직접 찾아가 의견을 묻고 토론한다.


'흥정하기''제로마진 클럽''행운 경매''오늘만 이 코너' 등 현재 대부분 인터넷 쇼핑몰들이 벤치마킹한 톡톡 튀는 서비스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결국 대기업 조직에서는 볼 수 없는 발빠른 적응력이 G마켓의 최대 경쟁력인 셈이다.


구 사장은 다른 업체의 서비스나 마케팅을 벤치마킹하는 것을 싫어한다.


"다른 업체를 따라해서는 문제 해결이 안 된다.


G마켓의 문제점이 뭔지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는 게 그의 일관된 주문.


G마켓이 그동안 선보인 새로운 마케팅이나 서비스도 직원이나 직원 부인들이 "이걸 고쳤으면 좋겠어" "이건 정말 좋아" 하는 식의 내부 고민에서 비롯된 것이 대부분이다.


구 사장은 사내에서 아이디어 맨으로 통한다.


현재 모든 쇼핑몰이 앞다퉈 도입하고 있는 배송트래킹 서비스(물품위치확인 서비스),쇼핑 중 클릭했던 상품을 화면 왼편에 자동으로 정렬시켜 주는 '내가 본 물건' 코너,사회공헌 활동을 마케팅과 연결시킨 후원 쇼핑 등이 모두 구 사장 머리에서 나왔다.


서울대 자원공학과 출신인 구 사장은 모기업 인터파크의 창립 멤버로서 G마켓 전신인 구스닥의 사업 모델을 고안한 장본인.그는 온라인 확률경매시스템 등 G마켓의 사업 모델에 대한 5개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구 사장의 첫 직장은 미국의 석유회사인 슈럼버거였다.


인터파크에 조인하기 전 8년 동안 인도 오만 등 전 세계를 누비며 석유를 탐사하고 유전을 개발하는 일을 했다.


"슈럼버거 근무 경험은 현재 사업을 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이 때 IT 기술에 대한 개념을 정립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다양한 문화와 사람을 접촉하다 보니 글로벌 시대에 걸맞은 사고 방식이 몸에 배게 됐습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