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퇴직을 종용한 국가는 조기 퇴직 종용 금지,연령 차별 금지,정년 연장의 법제화를 위해 노력할 것을 선고한다. 땅!땅!땅!" 29일 오후 2시 서울 송파구 한국지역사회교육회관에서 대한은퇴자협회 주최로 '나이 먹는 게 죄냐'라는 제목의 이색 모의재판이 열렸다. 사건은 직장에서 조기 퇴직당한 사람들이 자신을 해고한 기업과 제도적으로 정년을 보장하지 않은 정부를 고소한 것. 먼저 조기 퇴직자들을 대신해 검사가 정부와 기업을 매섭게 몰아붙였다. "기업은 정년을 앞당겨 노인들의 경제권을 빼앗고 그들의 사회적 지위를 떨어뜨렸습니다. 정부도 고령화 사회에 대한 아무런 대책 없이 기업에 구조조정을 재촉했습니다." 정부와 기업 측 변호인도 한치의 양보가 없다.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서라도 노년층의 퇴직은 불가피하며 정년을 연장하라는 것은 결국 무능력하고 비생산적인 인력을 기업이 떠안으라는 말입니다." 증인으로 출석한 조기 퇴직자 나정정씨(60)는 "앞으로도 10년은 더 일할 수 있는데 받아주는 곳이 없다"고 분개했다. 반면 정부 측을 대표해 나선 피고인 노여론은 "정부가 해야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노인들의 일자리까지 보장하라는 것이냐"며 발뺌하기에 바빴다. 결국 재판부는 검사 측의 의견을 받아들여 정부와 기업이 노년 일자리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날 재판에는 광운대와 홍익대 극예술연구회 소속 대학생들이 검사,피고인 등으로 분장해 참여했으며 대한은퇴자협회 회원 60여명도 시종 진지한 자세로 재판 과정을 지켜봤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