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산업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 개정안에 대한 소급입법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에 이어 재정경제부도 결론 책임을 여당으로 떠넘기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형평성 원칙과 국민정서 등을 고려하고 내부 의견수렴 과정을 거친 뒤 다음 달 중순 이후 당론을 확정지을 방침이다. 여당에선 박영선 의원 안과 시민단체의 주장을 기초로 '유예기간 설정 및 지분처분 명령'을 골자로 삼는 개정안을 당론으로 정할 가능성이 높은 분위기다. 이 때문에 "삼성의 태도에 문제가 좀 있었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소급입법에 대한 법률적 검토나 기업의 경영환경 등에 대한 고려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채 '강제매각'에만 집중하는 시민단체의 의견이 관철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회로 '공' 넘긴 청와대와 정부 박병원 재경부 차관은 29일 정례브리핑에서 "이미 국회에 제출한 정부 개정안을 철회하고 다시 만드는 것은 시간적으로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법은 국회에서 논의하고 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 개정안은 국회 심의과정에서 달라질 수 있으며 이 때문에 다시 수정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는 말도 덧붙였다. 청와대 역시 '공'을 여당과 국회로 넘기는 분위기다. 김영주 청와대 경제정책수석은 지난 27일 노 대통령의 삼성 관련 발언에 대해 "원론적으로 답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수석은 지난 28일 국가에너지자문회의 참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 발언이 삼성계열 금융사가 계열사 초과지분을 스스로 해결하라는 뜻이냐'는 질문에 "그런 얘기는 아니고 국민정서,규범,기업의 M&A(인수·합병) 부담 등 모두를 고려해야 한다는 원칙적 언급을 한 것"이라며 한 발 뺐다. ◆여당,시민단체 주장 안에 기우나 오영식 열린우리당 공보담당 부대표는 이날 금산법 개정안과 관련,"국감이 끝나면 당 차원에서 의원총회를 열어 금산법 개정을 논의할 예정"이라며 "형평성 원칙과 국민정서,시장에 주는 충격이나 기업 현실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합리적 절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여당 내에선 삼성생명과 삼성카드는 분리해서 대응하되,법 제정 이후 위반한 삼성카드에는 초과지분을 처리할 유예기간을 주고 유예기간이 끝나면 강제처분명령을 내리도록 하는 방안을 비중 있게 논의하고 있다. 삼성카드의 에버랜드 초과지분(20.6%)에 대해 강제매각을 주장해 온 시민단체와 박영선 의원 안이 채택될 가능성이 높은 분위기다. 열린우리당은 이달 초 정기국회 대비 입법대책을 논의한 정책의총에서는 박 의원의 안을 당론으로 채택하지 않았었다. 결국 노 대통령의 지난 27일 삼성관련 발언 이후 정부 안이 폐기되고,박 의원 안과 시민단체의 주장이 받아들여지는 쪽으로 기류가 급속히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재계와 정부 일각에선 "국민정서에 기대는 대통령의 발언 한 마디보다는 법률적 문제와 기업 현실을 냉철히 파악하는 정책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