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걸림돌 많은 인사검증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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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초 교육부총리에 이기준씨가 임명됐을 때 반대여론이 무서운 기세로들끓었다. "부적격자를 임명한 근거가 무엇이며, 검증 시스템은 과연 가동되는 것이냐"는 것이 여론의 핵심이었다. 노무현 대통령뿐 아니라 인사 참모들에게 임명 3일 만에 낙마한 '이기준 인사파동'의 여파는 컸다.
그후 장관,공기업 사장,정부 산하 단체장 등의 인선작업 때마다 "누구의 하자가 적은가"가 최대 관심사가 됐고,유력 후보가 압축된 뒤에는 "감춰진 문제점은 없을까"라며 전전긍긍하는 게 인사관련 청와대 참모들의 일상사였다. 지난 28일 김완기 인사수석이 보따리를 풀어보인 고위공직자 인사검증 보완대책은 그래서 관심이었다.
그러나 문제점은 있다. 무엇보다도 아들 딸과 부모까지 들여다 볼 정도로 엄한 검증이 자칫 능력있는 인사들을 공직으로 유인하는데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가뜩이나 인재풀이 넉넉하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청렴ㆍ도덕성에다 초정밀 확대경을 들이대면 역량있는 인사들은 공직을 원천적으로 고사할 가능성이 커진다.
노 대통령도 최근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석유공사 사장직을 예로 들면서 "맡길 만한 사람은 민간에서 이미 주요한 일을 하고 있고,역량이 부족한 사람만 응모해와 인선이 어렵다"고 고충을 털어놨던 것으로 전해진다. 인천공항 사장 선임은 네 차례나 공모가 반복되면서 7개월이나 걸렸다. 민간 부문에 좋은 자리가 더 많은 지금 적임자는 까다로운 조건을 감수하며 공직에 응할 이유가 별로 없다.
또 다른 문제는 공직 후보자의 동의 문제다. 동의를 받고 검증한다 해도 어느 단계에서부터 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평상시 기초 발굴이나 10배수 후보 수준에서부터 하나하나 동의 받기는 힘들 것이다.
그래도 인사업무 실무자들은 당사자 의사 유무와 관계없이 인재풀에 다양한 인사를 포함시킬 것인데,공공부문에 아예 관심이 없는 민간전문가까지 뒷조사하고 '인사파일'이라며 쌓아둘 것인가. 이것은 개인 사생활을 국가가 침해하는 것이 아닐까? 인사검증법을 만들려면 이런 점까지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
허원순 정치부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