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할린산 '검은 황금'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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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토의 땅'이었던 러시아 극동 사할린이 석유 및 천연가스 생산기지로 탈바꿈한다.
미국 석유 메이저업체인 엑슨모빌은 10월1일부터 사할린 섬 동쪽 오호츠크 해역에서 하루 25만배럴씩 원유를 본격 생산할 것이라고 29일 밝혔다.
이곳에서 나오는 원유는 현재 중동산 석유와 인도네시아산 천연가스를 수입해 쓰고 있는 한국 일본 중국 등 인근 국가들에 공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이제까지 동토의 땅으로 강제 징용지로만 알려져있던 사할린은 아시아의 새로운 에너지 공급원으로 급부상할 전망이다.
◆막대한 사할린의 '검은 황금'
엑슨모빌은 2년 전 러시아 정부로부터 사업승인을 받은 회사 중 처음으로 내달부터 사할린에서 검은 황금을 캐내게 된다.
엑슨모빌과 유럽 로열더치쉘은 이 지역에 확인된 13개 광구 중 각각 하나씩 개발을 맡아 지난 2년간 해저 구멍을 뚫고 터널을 깔았다.
지금까지 확인된 매장량은 석유의 경우 140억배럴,천연가스는 2조7000억㎥로 각각 한국이 18년과 135년간 쓸 수 있는 양이다.
두 회사에 이어 영국 BP는 이날 우선 2억달러를 들여 제3 광구에 구멍을 뚫는 작업에 착수하겠다고 발표했다.
한국 일본 중국은 모두 사할린산 석유와 가스를 사오기 위해 러시아 정부와 협상 중이다.
태평양 건너에 있는 멕시코도 2007년부터 내수용과 북미 수출용으로 사할린산 천연가스를 수입하기위해 저장시설(터미널)을 짓고 있다.
◆외국인 투자로 사할린 경제 들썩
사할린산 석유 가스는 러시아 경제에 엄청난 수혜를 가져다줄 전망이다.
엑슨모빌과 로열더치쉘이 투자한 액수만 해도 러시아가 지금까지 유치한 외국인 직접투자 중 최대인 328억달러에 이른다.
뉴욕타임스는 사할린 유전의 실질적인 주인인 러시아 정부가 석유 판매,로열티,세금의 형태로 두 회사를 통해 거둬갈 수입이 2050년까지 850억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석유 등 에너지개발에 힘입어 어업과 임업으로 연명하면서 인구의 3분의 1이 극빈층에 속했던 사할린 경제도 깨어나고 있다.
세계적인 석유회사들이 이곳에 짓고 있는 액화천연가스(LNG)공장은 연간 960만t의 가스를 처리할 수 있어 현존하는 LNG 처리시설 중 최대 규모다.
로열더치쉘은 해저 석유와 가스를 러시아 내륙으로 실어나르기 위한 송유관 두개를 짓고 있으며, 이 회사 하나만도 1만7000명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최대 수혜자는 러시아
사할린 유전개발 사업의 최대 수혜자는 개발 지분의 45%를 가지고 있는 러시아 정부다.
러시아는 사할린 앞바다에 상당한 양의 석유와 가스가 묻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도 지난 30년 동안은 해저 탐사 기술과 자금이 없어 이를 개발하지 못했다.
일단 시작은 외국 기술과 자본을 이용했으나 추가 개발권은 대부분 가즈프롬과 로즈네프 같은 국영 에너지회사들에 주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고유가로 이미 큰 재미를 보고 있는 러시아가 사할린 개발을 계기로 에너지 사업을 더욱 확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