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교육에도 KS나 ISO와 같은 품질규격이 매겨지는 시대가 열렸다. 공학에 이어 의학 경영학 건축학 등 주요 학문별로 민간인증기구가 개별 대학의 학생 선발부터 교수진, 커리큘럼, 시설 등을 평가한뒤 통과 유무를 결정하는 인증시스템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200여개가 넘는 대학이 난립하면서 주요 대학과 연구소, 단체, 기업 등이 교육 품질 제고를 위한 자체 규제에 나선 셈이다. 특히 내년 초 설립될 고등교육평가원(교육부 산하)은 이 같은 민간인증 결과를 대폭 채용해 정부 지원과 연계할 방침이어서 대학 인증 사업은 더욱 활기를 띨 전망이다. 미국 등 선진국에선 이미 민간인증시스템이 확립돼 인증을 받지 못한 대학은 수요자의 외면으로 살아남기 어렵다. 전국경영대학(원)장협의회는 지난달 18일 총회를 열고 경영교육을 평가하는 인증사업을 전담할 한국경영교육인증원(원장 어윤대 고려대 총장)을 설립키로 결정했다. 오는 11월 3일 창립총회를 갖는 경영교육인증원은 내년 3월까지 인증 기준을 만든 뒤 각 대학에 대한 인증작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손태원 경영교육인증원 수석부원장(한양대 경영대학장)은 "전국 170여개 대학에서 경영학 교육을 하고 있지만 적지 않은 곳에서 불충분한 교수 숫자와 미흡한 커리큘럼 등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며 "교육의 질을 높이고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내놓기 위해 인증을 실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의학계의 자율기구로 2000년부터 의대 평가작업을 해온 한국의과대학인정평가위원회는 지난해 3월 한국의학교육평가원(원장 이종욱 전 서울의대 학장)으로 확대개편됐다. 의학교육평가원은 1주기(2000∼2004년) 평가결과를 바탕으로 올해 새로운 인정평가 기준을 세운 뒤 내년부터 2009년까지 2주기 평가에 들어간다. 1주기엔 전국 41개 의대 중 31개가 인정, 10개가 조건부 인정을 받았다. 이윤성 의학교육평가원 간사(서울의대 교수)는 "1주기 평가가 교수수, 실험실 및 실습병원 보유 여부 등 양적 측면을 따졌다면 2주기에선 질적 측면 평가를 강화할 계획"이라며 "특히 고등교육평가원의 위임을 받아 평가를 강제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공학의 경우 1999년 한국공학교육인증원(이사장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설립돼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연세대 한양대 부산대 등 14개대 89개 프로그램이 인증을 받았으며 현재 서울대 고려대 성균관대 등 8개대 60개 프로그램이 인증절차를 밟고 있다. 이 밖에 간호학(한국간호평가원), 건축학(한국건축학교육인증원) 등도 인증 업무를 시작했거나 추진하고 있다. 한편 교육인적자원부는 내년 초 고등교육평가원을 설립한다. 대학 평가를 전담할 고등교육평가원은 민간인증기구가 있는 공학 의학 건축학 등의 분야에선 민간기구의 인증결과를 활용할 방침이다. 특히 인증결과를 순위, 등급 등 다양한 형태로 공개하고 정부 지원과도 연계할 계획이어서 민간인증기구의 인증은 더욱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김현석 기자 real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