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단지 혁신클러스터] '혁신 클러스터'에 미래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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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경기에서 11명의 모든 선수들이 공격수가 돼 골을 넣겠다는 생각으로 뛰어다닌다면 어떨까.
아마 힘은 있는 대로 빠지고 경기의 효율성은 바닥으로 떨어질 것이다. 경기에서 승리하려면 수비수와 공격수,골키퍼 등이 각자 자기가 맡은 역할을 충실해 해야 최상의 결과가 나오는 법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 산업계도 기업은 기업대로,지원기관은 또 기관대로 사업을 추진해왔던 것은 아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기업체와 대학, 연구소, 여러 지원기관 등이 기본적으로 본연의 업무를 충실히 해 나가면서 상호 협력하는 팀플레이를 하도록 만드는 것, 그래서 경제적 고부가가치 생산을 극대화하는 것이야말로 바로 '클러스터'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입니다."(김성권 반월·시화단지 혁신클러스터 추진단장)
올해는 '혁신 클러스터'의 원년이다. 정부는 국가균형발전과 지역혁신 정책의 일환으로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한 혁신 클러스터 사업을 주요 과제 중 하나로 삼고있다.
이에 따라 기존에 생산기반이 갖추어진 반월·시화, 창원, 구미, 울산 등 4개 국가산업단지와 현재 단지조성이 진행 중인 광주, 군산, 원주 등 총 7곳이 시범단지로 지정돼 올해에만 국비 300억원을 지원받고 클러스터화에 본격 나섰다.
◆클러스터(cluster)란 무엇인가
아직도 일반인들에게 '클러스터'는 다소 생소한 용어다.
클러스터란 원래 과실·꽃 등의 '송이','한 덩어리'라는 뜻으로 집단이나 집합 등의 의미를 가진다.
산업정책적 용어로는 '유관 경제단위의 집합'이라는 개념으로 예컨대 구미의 전자산업단지나 창원의 기계단지 등으로 이해될 수 있다.
과거 1970~80년대와 같이 해외 바이어의 주문에 의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으로 생산과 수출을 하던 시기에는 동종 생산업체들끼리 집단화하는 것만으로도 경쟁력 유지가 가능했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자체 브랜드로 생산 및 수출을 하기 위해서는 자체 기술력과 디자인 개발로 국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이를 위해서 기업은 외부 전문인력과의 협력이 한층 중요해졌다.
이에 따라 이미 생산기반이 갖추어진 산업단지의 클러스터화 사업은 동종기업들의 생산력과 대학이나 연구소 등 연구개발(R&D) 주체의 기술 및 디자인력이 합쳐지는 동시에 유관기관의 각종 경영지원 및 해외마케팅 노하우 등이 연관산업과 포도송이와 같이 연계되면서 협력하는 시스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생산단지에 R&D기능을 결합한 혁신주도형 클러스터를 조성해 왔는데 미국의 실리콘밸리, 스웨덴의 시스타 사이언스파크, 일본의 도요타시티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클러스터의 주체와 조정자인 정부
클러스터의 구성주체는 기업과 대학, 연구소, 지자체 등이다.
지역 내 산업계의 혁신을 원하는 모든 주체들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참여가 가장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국가산업단지가 정부의 주도아래 계획적으로 생산집적 시설로 만들어졌 듯이 클러스터를 위한 산·학·연·관 협력 네트워크도 정부기관이 조정자(co-ordinator)로 나서 한층 가속화하고 있다.
현재 클러스터 사업 추진체계는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정책총괄을 맡고 산업자원부 내 혁신클러스터추진위원회가 구체적인 정책을 조정·시행하고 있다.
여기에 전국에 걸쳐 산재한 국가단지를 관리·운영하는 한국산업단지공단(이하 산단공)이 사무국의 기능을 수행하며 지역별로 추진단을 둬 현장집행을 수행토록 하고 있다.
단지별 추진단장은 전문성과 지도력을 갖춘 인근 대학의 총장이나 공과대학장 등의 외부인사가 영입돼 지난 4월 말 임명된 상태다.
특히 사업 첫해인 올해에는 업종별 혹은 기술별로 관련 기업과 인근 대학 연구소, 정부출연연구소 분원 등을 연결하는 '미니 클러스터'를 43개나 구축했다.
여기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 수만 총 700여개.이들 미니 클러스터는 각종 회의, 간담회, 기술 포럼 등을 이미 상반기에만 1000여회 개최했고 분야별로 공동 과제를 채택해 기술이전사업화, 공동 기술개발 분야 중 일부에서는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기도 하다고 산단공측은 밝혔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혁신주도형 경제로
산단공 및 정부는 클러스터화를 통해 국내 산업단지의 생산과 수출을 획기적으로 늘리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일단 157조원(2003년) 수준이던 7개 시범단지의 총 매출을 오는 2008년 291조원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다.
2003년 67억달러인 수출액도 2013년엔 194억달러로 세 배 정도 늘리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고무적인 기대 효과는 우리 경제가 기존의 요소투입형 경제에서 한 단계 도약해 혁신 주도형 경제로 새롭게 탈바꿈하리라는 것이다.
단순 제조업 위주의 산업단지에 R&D기능을 보완해 유연하지만 강력한 네트워크를 구축함으로써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의 원동력으로 삼겠다는 의지다.
김칠두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은 "혁신과 기업가정신,네트워크가 바로 클러스터의 3대 요소"라며 "향후 15년 이내에 2~3개의 세계적 혁신클러스터를 육성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오는 5일부터 5일간 대구 엑스코(EXCO)에서 '제2회 지역혁신박람회'를 개최한다.
이번 박람회에는 혁신클러스터 성공사례발표회를 비롯해 해외저명인사 강연,지역혁신성과물 전시,문화이벤트 행사 등 다채로운 행사가 예정돼 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