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화 1.어느날 서울에 있는 출판사에서 시골 연구실로 원고를 청탁하는 전화가 걸려왔다. 그 편집자는 직접 만나서 일을 처리하자고 했다. 가까운 시일내 서울 갈 일이 없다고 하자 편집자는 자신이 오겠노라고 했다. 거,참.미안한 마음과 함께 뭔가 꺼림칙하고 부담스러운 감정이 생겼다. 결국에는 경계심까지 들어 전화 단계에서 정중히 거절하고 말았다. 삽화 2."때마침 제 고향이 그 근처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데 지금 고향으로 내려가고 있는 중입니다. 이번 일도 있고 해서 고향에 들렀다가 서울로 오는 길에 잠깐 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상대방이 '때마침'이라고 하자 이쪽에서도 '그 정도라…'하고 가볍게 만나볼 생각이 들었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근접성의 효과'가 바로 이런 것이다. 가까이 있을 때 친근감과 호감이 더 생기는 게 인지상정.근접성은 유사성과 활용 가능성,인지적 일관성까지 가져다 주는 요소다. 그러나 첫 삽화의 편집자처럼 특별히 자신의 목표만 강조하면 상대방의 거절을 자초하기 쉽다.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커뮤니케이션 심리전략서 '사람을 읽으면 인생이 즐겁다'(이종주 지음,스마트비즈니스)에 나오는 얘기다. 로크미디어 대표인 저자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일어날 수 있는 수많은 사례를 바탕으로 심리현상의 본질과 협상·설득·대화의 황금률을 알려준다. 기획과 마케팅,세일즈,홍보 등 실질적인 분야의 지침도 제시한다. 칭찬과 유머,질책과 타협의 세밀한 심리지도까지 그려보인다. 그는 이 책에서 "사람을 읽고 사람을 즐기라"고 거듭 강조한다. 인간은 '긍정적인 의사소통'을 원하기 때문이다. 성공적인 대인관계는 사업이나 연애나 외교 무대까지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특히 기업 입장에서는 응집성 강한 직원들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직원들의 마음을 읽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 중에서도 "자네는 우리의 자존심이야" "자,이 건은 우리 힘으로 한번 해보자"처럼 '우리'라는 의식을 심어주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한다. '마음'은 '행동'을 만드는 엔진이다. 긍정과 부정,적극성과 소극성 등 모순되는 것들이 혼재한 우리 마음에서 어느 것을 부각시키느냐에 따라 결과도 달라지게 마련.사람의 마음은 어떤 것이 체제화되느냐에 따라 완전히 바뀐다는 것이 바로 '게슈탈트 심리학'이다. 리더는 이 '게슈탈트 심리학'의 원리를 잘 이해하고 적용해서 직원들의 마음을 긍정으로 가득 채울 수 있어야 한다고 저자는 조언한다. 칭찬과 꾸짖음도 때와 장소에 맞아야 한다. 칭찬은 '짧게,예기치 않은 순간에,작은 것과 주변부터,가능하면 많은 사람들 앞에서' 하는 것이 효과적이고 꾸지람은 '남이 안 보는 데서,권위적이지 않게,잘못된 것을 깨닫고 개선하도록'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한마디로 '칭찬은 뜨거울 때,꾸지람은 조금 식은 후에'하라는 것이다. 협상에서 상대와 신발을 바꿔 신어보는 원리의 '롤플레잉',유머와 조크,후광효과 등을 잘 활용하라는 지침도 유익하다. 384쪽,1만3000원.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