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은 한국판 실리콘밸리로 불러도 좋을 새로운 역사(役事)가 시작된 날로 기록될 것 같다. 이날 삼성전자는 화성지역에 향후 7년간 330억달러(약 34조원)를 투입, 첨단반도체 라인 8개를 신규로 건설하기 위한 기공식을 가졌다. 계획대로 되면 기흥ㆍ화성 단지는 세계 최대 반도체 거점으로 부상, 제2의 반도체 신화가 쓰여질 전망이다. 삼성은 메모리 분야에서 13년째 세계 1위를 지키고 있지만 이에 만족하지 않고 2010년을 기점으로 비메모리를 포함한 반도체 전체에서 세계 정상에 서겠다는 중장기 전략을 이미 밝힌 바 있다. 이번 투자는 그 전략에 따른 것으로,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인 미국 인텔을 제치고 세계 1등 반도체 기업이 되겠다는 의도라고 할 수 있다. 삼성으로서는 또 하나의 새로운 도전이자 승부수인 셈이다. 이번 투자로 국가경제적으로도 적지 않은 파급효과가 기대된다. 우선 투자규모가 막대한데다 1만 4000명에 달하는 신규 일자리 창출이 예상된다는 점에서 그렇다. 뿐만 아니라 세계적 반도체 단지가 조성(造成)되면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장비나 부품ㆍ소재 관련 기업들이 그 주변에 모여들 것이라는 점에서 사회ㆍ경제적 효과는 그 이상이 될 게 분명하다. 한마디로 삼성의 투자는 리딩기업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동시에 5~10년 후의 먹거리를 고민하는 지금 그 돌파구가 무엇인지도 분명히 제시하고 있다. 다른 분야에서도 리딩기업들의 선도적 투자가 잇따르길 기대한다. 그렇게 되면 지금의 침체된 분위기는 크게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 역시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기업들을 격려하는 그런 분위기가 돼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