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종합주가지수가 1200선을 돌파하며 국내 증시에 대한 재평가 기대감이 커지면서 뭉칫돈이 증시로 들어오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인들은 최근 두달간 1조8000억원가량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특히 지수가 1200선을 넘어선 지난 22일부터는 7일 연속 7894억원어치를 팔았다.


템플턴을 비롯한 장기투자 성향의 펀드들도 매도에 가담하고 있다.


외국인들이 내놓는 물량을 적립식펀드 유입자금을 활용한 기관들이 소화하고 있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의 주식매도는 차익실현 차원으로 본격적인 '셀 코리아'로는 볼 수 없다"면서 "하지만 외국인들은 한국의 주가 상승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 해외 한국관련 펀드로의 자금 흐름을 관심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1200선 돌파 후 매도 공세 강화


30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지난 7월 거래소시장에서 1조7447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지수가 1000포인트에서 1100선으로 올라서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하지만 8월부터는 태도를 바꿔 1조476억원어치를 순매도한데 이어 9월 들어서도 7925억원어치의 주식을 팔았다.


9월 중 외국인이 대거 순매도한 종목은 대부분 시가총액 상위종목이며 업종별로는 반도체 LCD(액정표시장치)를 비롯한 IT(정보기술)와 자동차 철강업종 등이다. 종목으로는 포스코(1903억원) 현대차(1741억원) 삼성전자(1624억원) 기아차(1353억원) LG필립스LCD(1263억원) 삼성전기(1122억원) 등 대표 우량주들을 1000억원 이상 순매도했다.


장기 펀드들도 주식을 처분하고 있다. 템플턴자산운용이 최근 6.02%였던 LG생활건강 지분을 4.88%로 줄였으며 호주계 플래티늄자산운용이 7년가량 투자해온 롯데제과 지분을 8.01%에서 6.66%로 낮춘 게 대표적이다.


◆차익실현과 포트폴리오 교체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실적에 비해 주가가 단기 급등해 일단 차익을 실현해 놓자는 의도라고 풀이했다. 이경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런던과 홍콩 현지법인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외국인들은 경기회복과 기업실적 개선 속도에 비해 주가 상승이 너무 빠르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연구원은 그러나 "외국인들은 중장기적으로는 국내 증시에 대해 긍정적 시각을 갖고 있다"며 "최근 외국인 매도는 단기급등한 종목을 팔고 덜 오른 종목을 사기 위한 포트폴리오 교체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장창수 동양종금증권 연구원도 "최근 외국인 매도는 증시가 오르면서 밸류에이션(기업가치 대비 주가) 매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한국관련 해외펀드에 외국자금이 꾸준히 유입되는 등 중장기적 시각에는 큰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은 외국인들이 업종별로 순환매를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며 건설 유틸리티 통신 철강업종에 대해 길목 지키기식 투자전략을 구사하는 게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