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부심과 자존심 자만심은 어떻게 다른가. 정확하게 구분짓긴 어렵지만 보통 자부심은 '자신의 가치와 능력을 믿는 마음',자존심은 '자신을 높이는 마음',자만심은 '거만하게 구는 마음'이라고 돼 있다. 자만심은 물론 자부심도 지나치면 타인과의 소통을 막고 스스로를 창살 없는 감옥에 가둘 수 있다. 그러나 적당한 자부심은 개인과 조직의 발전 및 행복의 원천이다. 자부심이 있는 사람은 어떤 난관에 부딪쳐도 희망을 잃지 않고 따라서 당장의 불편과 고통을 참을 줄 안다. 또 물질적 소유나 삶의 질에 상관없이 여유있는 마음과 당당한 태도를 지님으로써 상대적 박탈감이나 그로 인한 시기심에 덜 시달린다. 미국 일리노이주 브래들리대 데이비드 슈미트 교수팀이 세계 53개국 사람들을 대상으로 자부심을 측정했더니 우리나라 사람이 44위로 나타났다고 한다. 1위는 세르비아,2위는 칠레,3위는 이스라엘 사람이었고 미국인은 6위,일본인은 꼴찌로 드러났다는 소식이다. '나 자신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나는 내가 실패자라고 느낀다' 등의 항목으로 조사했다니까 우리의 경우 스스로의 존재와 가치를 인정하고 뿌듯해 하기보다 못마땅해 하면서 주눅든 이들이 많다는 얘기다. 설문내용이 우리에게 잘 맞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그렇더라도 국민적 자부심이 낮다는 사실을 대하는 마음은 착잡하다. 물론 행복한 사람은 행복에 취해 움직이지 않는다. 어쩌면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이 부족한 바로 그 대목이 한강의 기적을 만든 바탕일 수도 있다. 현실에 안주하기보다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뛴 결과 오늘의 한국이 이룩됐을지 모른다. 그러나 제 4338주년 개천절을 맞은 이제쯤 우리도 국민적 자부심을 가질 때가 된 것 아닐까. 프라이드(PRIDE)는 즐거움(pleasure) 존경(respect) 발전(improvement) 위엄(diginity) 실행(effect)의 첫자를 모은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기쁜 마음으로 자신을 높이고 발전적 태도와 존엄성을 유지하며 뭐든 힘껏 실천할 때 자부심은 생기고 지켜진다는 것이다. '의무감보다 만족이 낫다'고도 한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