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스쿠니(靖國)신사참배는 위헌'이라는 오사카(大阪)고듭법원의 판결에도 불구,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는 올해도 참배를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고이즈미 총리는 30일 참배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내 실적을 보면 어떻게 행동할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평소 자신은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라고 강조하고 있어 이 발언은 "매년 야스쿠니를 참배할 것"이라는 공약을 지키겠다는 다짐으로 풀이된다. 이날 밤 고이즈미 총리와 만난 야마사키 다쿠(山崎拓) 전 자민당부총재도 기자들에게 "연내에 참배할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야마사키 전 부총재에 따르면 여당 간부와 회식중 단둘이 된 틈을 이용, 종전과 같은 참배가 아닌 "제3의 길이 있지 않겠느냐"고 물었지만 고이즈미 총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라종일 주일대사는 이날 저녁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민주당 대표를 방문, "야스쿠니신사 참배문제가 해결돼 역내 국가간에 더 활발한 협력이 이뤄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마에하라 대표는 A급전범이 합사돼 있는 야스쿠니신사에 일본 지도자가 참배하는데 반대하며 제3의 추도시설을 건립해야 한다고 화답했다. ◇ 참배 시기 = 일본 언론은 참배를 강행한다면 시기는 우정민영화법 제정 직후인 이달 중순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했다. 17일부터는 야스쿠니신사의 가을대제가 열린다. 고이즈미 총리는 2002년에는 봄 대제에 맞춰 참배했다. 이 때를 놓쳐 11월1일 현재의 특별국회 회기가 끝나고 나면 내각과 당직개편인사를 해야하는데다 중순에는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 방일, 부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방일 등 외교일정이 꽉 차있다. 12월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 때를 전후해 참배하면 한국 등의 반발이 더 커 질 것이 분명하다. 일각에서는 노대통령 방일을 앞두고 참배하면 한.일정상회담이 무산될지 모른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일본 언론은 그러나 10월 중순 참배도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11월 부산 APEC때 한국, 중국 지도자와 어색한 장면이 연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깜짝쇼를 즐기는 고이즈미 총리의 성격으로 미뤄 참배시기를 점치기는 이래저래 쉽지 않은 상황이다. ◇ 日언론 사설 엇갈려 = 오사카 고법판결에 대해 일본 언론은 평소 성향에 따라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아사히(朝日)신문은 '참배를 그만두고 물러설 때'라는 제목의 사설을 게재하고 "사법부의 판단이 엇갈리고 있는 만큼 외국의 비판과는 상관없이 참배를 강행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마이니치(每日)신문도 "위헌 판단은 사법부의 경고"라고 지적하고 "정부는 판결을 비판하며 참배는 사적(私的)이라고 주장하지만 한편으로 공약을 지켰다고 선전하는 상황에서는 사적 참배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게 이번 판결의 뜻"이라고 강조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도 "위헌 판단을 무겁게 받아들이자"는 제목의 사설을 게재했다. 반면 요미우리(讀賣)신문은 "의문이 많은 위헌 판단"이라는 사설에서 10건의 야스쿠니판결중 2건외에는 모두 헌법판단을 하지 않았다면서 이번 판결도 '결론'과 상관없는 '실질적 방론'으로 위헌 판단을 한데 대해 고개가 갸우뚱해진다고 주장했다. 산케이(産經)신문도 "뒤틀린 판결에 구속력은 없다"는 사설을 싣고 고이즈미 총리는 판결에 구애받지 말고 당당히 참배를 계속하라고 요구했다. (도쿄=연합뉴스) 이해영 특파원 lh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