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증시 화두 중 하나는 미국과의 탈동조화 현상이다. 미국 증시가 지루한 횡보세를 보이는 데도 불구하고 종합주가지수가 고공 비행 중이기 때문이다. 특이한 점은 그간 별로 쳐다보지 않았던 일본 증시는 4년 만의 최고치에 오르는 등 한국과 뚜렷이 동조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의 급성장,일본의 경기 회복 등 역내 경제권의 활기가 일본 증시를 통해 우리 증시로 전달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코스피,다우보다 닛케이와 동조 한국 증시는 2004년 이후 50%가량 급등했다. 반면 미국 다우지수는 2004년 초부터 장기 횡보세를 보여 그때나 지금이나 10500선에 머무르고 있다. 특히 지난 5월 이후에는 비동조화 현상이 더 뚜렷하다. 종합주가지수는 5월부터 앞만 보고 질주해 31%나 올랐지만,같은 기간 다우지수의 상승률은 1%에 불과하다. S&P500지수도 5% 오르는 데 그쳤다. 이 대목은 투자자들의 걱정거리이기도 하다. 미국 증시와 동행하지 않는 한국만의 상승은 거품일 수도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미국을 제외한 아시아 유럽 남미 증시가 동반 상승 중인 것에서 잘 드러나듯이,미국 경제의 영향력 쇠퇴에 따라 미 증시의 선도력이 상당 부분 훼손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이제 한국처럼 5월 이후 큰 조정 없이 21%나 오른 일본 닛케이225 지수의 움직임에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서울증권 지기호 연구원은 "3분기 들어 미국과의 디커플링이 뚜렷한 반면,일본 증시와는 종목이나 업종 흐름까지 유사하다"며 "주가 흐름을 예측하려면 이제 일본 증시를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역내 경제 급성장이 한·일 동조화 배경 하나증권 조용현 연구원은 "1980년 이후 지금까지 한·미·일 증시의 상관관계를 살펴보면 일본과는 0.6,미국과는 0.5로 일본 증시와의 관련이 더 높다"며 "미국 일변도의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두 나라의 은행주는 1989년 이후 상관관계가 0.95(1.0이면 완전 동조화)로 판박이처럼 움직이고 있다. 또 1980년부터 종합주가지수는 일본 경기선행지수와 0.86의 높은 상관관계를 기록 중이다. 반면 OECD 경기선행지수와는 작년 하반기부터 정(正)의 관계가 무너졌다. 최근 한·일 증시의 동조화 현상이 뚜렷해지는 이유는 중국의 급부상과 일본의 경제 회복 등 역내 경제권의 급팽창 때문으로 풀이된다. 우리나라의 중국 수출 비중은 2003년 9월 미국을 앞질러 지금은 23%로 1위다. 반면 20여년 전 40%대이던 미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는 14%로 추락했다. 미래에셋증권 이정호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은 일본 증시를 증시가 제대로 발달하지 않은 중국에 대한 투자 대안으로 삼기 때문에 닛케이지수는 역내 경기의 바로미터"라며 "한·일 증시 동조화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