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나라살림' 전문가 진단] "대형 국책사업 재점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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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달 26일 발표한 사회안전망 종합대책은 8월말 이후 두 차례나 미뤄진 끝에 나왔다.
재원조달이 문제였다.
결국 대책은 전체 예산(8조6000억원)의 3분의1에 달하는 2조8000여억원의 재원조달 방안이 명시되지 않은 채 발표됐다.
사회안전망 대책이 나오기까지의 '산통(産痛)'은 최근 국가 재정운용의 딜레마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쓸 곳은 급증하고,쓸 돈은 뻔한 상황에서 정부는 빚을 키워 씀씀이를 늘려가는 추세다.
최근 기획예산처가 내놓은 내년도 예산안도 이 같은 기조를 잇고 있다.
총지출을 올해보다 6.5% 많은 221조4000억원으로 늘리고,부족한 세수는 9조원의 적자국채를 발행해 메운다는 내용이다.
◆균형 재정 유지해야
정부는 최근의 재정건전성 논란에 대해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 기금을 제외한 관리대상 수지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1% 안팎으로 균형재정에 가깝고 △GDP 대비 국가채무 비중이 2004년 말 26.1%,2005년 말 30.4%,2006년 말 31.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76.4%(2004년 말 기준)에 비해 낮은 수준이라고 반박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재정적자 기조가 만성화될 조짐에 주목하고 있다.
강석훈 성신여대 교수(경제학)는 "최근의 저성장 국면이 장기화돼 세수가 급감하는데도 정부 지출이 급증하면 예상보다 적자폭이 훨씬 빠르게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강 교수는 "가시적으로 공무원 연금,군인 연금,국민 연금 등 정부 재정을 악화시킬 요소가 도사리고 있는 데다 선진국과 달리 인구 고령화 속도가 빠르고 남북통일이라는 특수 변수가 있는 상황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한다.
◆성장기반 확충 우선돼야
전문가들은 정부 예산편성에서 성장 기반 확충을 위한 투자가 미흡하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저성장으로 세수가 줄고,그로 인해 빚을 더 내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데 재원 배분의 최우선 순위를 둬야 한다는 지적이다.
유일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복지지출을 비롯한 세출 수요는 계속 늘어나고 세입은 그 수요를 못 따라가는 형편인 만큼 잠재성장률이 올라가야 그 편차를 줄일 수 있다"며 "현재 재정의 최우선 과제는 세수를 확보하는 일이며 경제를 활성화해 세수를 늘리고 성장기반을 뒷받침하는 데 투자를 더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성린 한양대 교수(경제학)도 "사회복지 확충이 중요하다고 해도 지출증가 속도를 전체 예산 평균 증가율의 1% 이내로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정부 씀씀이 재점검해야
정부가 나라살림 규모를 키우기에 앞서 낭비성 지출을 줄이고,잔뜩 벌여놓은 초대형 국책사업의 우선순위를 정하라는 주문도 나온다.
국책사업은 추진과정에서 사업비가 당초 어림보다 훨씬 불어나는 게 보통인 만큼 중요도에 따라 스케줄을 재조정하라는 것이다.
올 하반기에만 국방개혁,사회안전망 종합대책,대북 송전 비용 지원 등 필요예산이 적게는 수조원에서 많게는 수백조원에 이르는 정책들이 줄줄이 발표됐다.
이달 중 나올 저출산 종합대책에도 2009년까지 14조원이 필요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현 정부는 출범 후 2년반 동안 공무원 숫자를 2만명 이상 늘렸고 행정도시,혁신도시,농촌 개혁 등에도 모두 700조원 이상을 잡아놨다.
이에 대해 황성현 인천대 교수(경제학)는 "정부나 공공부문이 커지면 필연적으로 비효율이 커지는 만큼 정부와 공공부문을 슬림화하고 정치논리에 따른 불필요한 지출은 없애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